연예인 출신으로 병역을 수행 중인 이른바 '연예사병'들에 대한 특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수 겸 배우인 현역병사 비(정지훈)가 지난 한해 동안 무려 66일을 영외에서 지낸 사실이 알려진 게 논란의 계기가 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국방홍보지원단 소속 상병인 그는 100일 위로휴가 닷새를 빼고도 포상휴가 17일을 포함, 외박 10일, 외출 44일을 사용했다. 일반 병사가 정기휴가를 포함, 일년에 보통 보름에서 많아야 20일 남짓한 휴가, 외출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과도한 특별혜택이다.
비단 그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2개월 복무기간에 100일 이상 휴가, 외출을 사용한 연예사병들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심지어 지난해 전역한 방송인 출신 병사는 전체 복무기간의 무려 4분의 1에 해당하는 5개월을 휴가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외출, 외박에 상한이 없어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라는 국방부의 설명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연예사병의 위문공연이나 대외홍보활동은 일반병사의 훈련, 근무의 개념이다. 포상휴가가 특별히 많아야 할 이유도, 복무 강도나 기여 측면에서 특별대우를 해주어야 할 이유도 없다. 언뜻 보아도 이들의 유명세를 감안한 지휘부의 봐주기 관행에 다름 아니다. 해당 병사와 함께 군을 군답게 운영하지 못하는 지휘관들의 한심한 정신상태가 문제다.
숱한 재능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2년의 희생을 감내할 수 있게 하는 건 병역의 평등성과 비차별성이다. 그러므로 이 전제를 훼손하는 건 병역의무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연예사병 유지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일진대, 이런 행태는 도리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를 결정적으로 꺾는 일이 된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해당 병사와 지휘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하다. 오래 전부터 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무성한 연예병사제도 자체의 존폐도 차제에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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