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2월이 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고 대학 진학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대입 전형에서 많은 이들은 낙오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행 구조다. 한 번 실시하는 시험의 결과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 줄 세워진 성적으로 자신의 진로가 결정되는 제도 등은 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빠지지 않는 메뉴이다.
그동안 교육당국은 15차례 이상 대입전형 제도의 개선을 통해 교육문제를 개선하려고 했다. 특히 1982년부터 93년까지 실시된 대학입학학력고사 제도는 당시의 심각한 사회문제였던 과외 문제 과열을 해소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94년부터는 수능을 도입해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하고 사고력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험 역시 성적 지상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이 몇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2007년 8월 입학사정관제 시범대학으로 10개교가 선정돼 시행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과연 우리나라에 입학사정관제가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난무했던 것 같다. 그 이후 2013학년도 대입전형에서 123개대가 4만3,138명을 선발할 만큼 입학사정관 전형은 매우 비약적 발전을 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성적뿐 아니라 학생이 갖는 다양한 능력과 잠재력, 자질 등을 고려해 대학의 건학이념과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또한 기존의 전형과는 달리 다양한 진로활동 등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들의 대학 진입이 원활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성적만으로는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던 학생들이 특정된 분야에 재능을 갖고 잠재 능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따른 성과는 지나친 점수 위주의 학생 선발 방식을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 소질, 대학 설립 이념, 모집단위 특성에 적합한 학생을 뽑는 것에 있다. 획일적이고 정량적 평가 위주에서 비교과 영역, 추천서, 자기소개서, 에듀팟 포트폴리오, 면접평가 등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는 교과 지식과 문제 중심의 학습에서 학생활동 참여가 높고 자기주도적 진로 활동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학교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은 대입시에서 대학의 설립 이념과 인재상을 반영한 학생선발이 이루어지고 학생의 적성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대학 입시의 자율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진단도 적지 않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가 방식이 서류와 면접을 중심으로 정성적인 평가를 하다 보니 정말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각 대학도 이런 점을 간파하고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다. 평가 방식을 다수의 단계로 설계하고 여러 사람의 평가자가 1인 또는 소수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한 두 사람에 의해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는 구조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심사자의 직계자녀 및 친인척자, 혈연ㆍ지연에 관련된 자가 지원한 경우 심사자 스스로 또는 시스템에 의해 평가에서 제외한다거나, 제출 서류의 진위여부를 검증하고 표절 등으로 인한 부정행위를 방지한다.
선진국에서는 100년 시행 되어온 입학사정관 전형이 우리나라에서 5~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안정적 정착을 향해 가는 모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입 전형 방식에 대한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은 입시제도 단순화의 이름 아래 과거로 회귀하거나, 현행 교육 및 입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전형 방식이 발표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의 장점과 취지를 살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대입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 이유다.
조동헌 단국대 전임입학사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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