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코리아]현대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시대다. 이에 발맞춰 국내 법률 시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자등기, 전자증권, 전자주주총회 등 전자시스템 도입이나 전자소송, 온라인 분쟁해결, 온라인 마케팅, 온라인 로펌의 활성화 방안 등이 법률 시장에서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예이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 교수
지금은 변혁의 시기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어떻게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따라 국제 경쟁력 획득의 성패가 좌우된다.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에서 더 활발하게 법률 서비스활동이 이루어지는 미래의 디지털 열차를 타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만에 하나 중도에 내려 미래의 열차를 마냥 바라보기만 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스마트워크를 비롯한 미래의 디지털 업무환경에 대비하는 새로운 각오와 끊임없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선 기존의 기득권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도전의식과 기본에 충실한 노력만이 경쟁력 제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법률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잘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 법률제도 전반에 디지털이 도입되고 있다.
각종 회사법 관련서류 등에 전자문서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등기뿐만 아니라 주주명부도 전자식으로 이루어지고, 나아가 각종 증권 역시 이젠 거의 종이가 아닌 전자적인 방법으로 발행하고 유통되고 있다. 회사법 절차에서도 전자주주총회 등 온라인 시스템이 도입됐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전자 주주총회의 경우, 주주들은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전자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향후에는 주주총회가 현장에서 직접 개최되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열릴지도 모른다. 실제 이와 관련해 미국의 델라웨어 회사법은 가상공간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입법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상주주총회(Virtual Shareholders Meeting)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 부분에 국제적인 선점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 전자소송이 도입됐다.
국내 법원에선 이미 전자소송제도를 도입해 법원관련 업무의 온라인 처리(스마트워크)가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문서 제출이나 열람 등이 전자적으로 처리되는 정도의 초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는 점차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현실법정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소송 전반이 이뤄지는 가상법정(Virtual Court)으로 발전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3. 온라인 분쟁해결 시대가 됐다.
국내에서도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실시간 음성화상조정시스템 등을 운영하는 등 온라인 분쟁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온라인 분쟁해결 절차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현행 관련법 규정상, 온라인판정은 그 집행력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국내외적인 집행력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4. 온라인 마케팅이 대세다.
이는 트위터,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넘어 스마트폰상의 앱을 통해 법률서비스 수요자와 의사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법률 시장으로 진출함에 따라 법률 시장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법률 수요자와의 원만한 의사소통이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온라인 법률마케팅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5. 기존 오프라인상의 로펌이 아닌 프로젝트 베이스나 온라인을 통해 업무제휴 등을 진행하는 온라인 로펌 활동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자 기존 오프라인 사무실을 유지하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를 같이 사용하고, 프로젝트 베이스로 결합시켜 법률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이는 법률 시장의 개방과 맞물려 있다. 온라인 제휴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좀더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형태로 특정 법률 수요에 부응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여기서 한몫을 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 혹은 중소 법률사무소들이 전략적인 제휴 등을 통해 조직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줌으로써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변호사들 간의 협업 역시 프로젝트 베이스로 이뤄지고 있다. 한 사건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헤어지는 프로젝트 협업은 좀더 유연한 고용형태인 액체경영(Fluid Management)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6. 디지털시대가 열림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업무시스템, 즉 스마트 워크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법률분야에서도 이제 스마트워크는 불가피한 시대적인 조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법률 시장이 가장 보수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시스템의 도입이 다소 늦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워크의 활성화가 업무의 편의성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여겨질 정도로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앞으로 법률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존하던 권위주의적인 대형 법률회사가 선진 스마트워크 도입에 대해 조금이라도 주저하거나 지체하면 온라인 등 전자환경에 친화적인 후발 법률회사가 오히려 비교 우위를 갖출 가능성이 높다. 기술혁신과 시장의 특화 정도에 따라 경쟁력 순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7. 국내외 로펌의 온라인 제휴가 활발하다.
국내 개인 법률전문가 혹은 중소 법률사무소가 해외로펌과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가치와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법률회사와의 온라인 제휴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의 제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의 법률 시장 개방이 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법률회사들이 외국 로펌과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높일 필요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음악분야에서 스웨덴 스톡홀름 뮤직클러스터 사례는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톡홀름 뮤직 클러스터는 음악스튜디오, 다국적 음악회사, 음악유통업체, 공연기획사 등 1만5,000여 개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중 소규모 음악스튜디오가 다국적 기업의 지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가지는 다양한 독창성과 다국적 기업이 보유한 국제적인 브랜드와 네트워크가 결합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스튜디오의 세계적인 경쟁력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법률 시장에서도 개인 혹은 중소 법률사무소를 위한 법률 지원 인프라 구축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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