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신년사를 통해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며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촉구했다. 또한 신년사에 대남 비방이 빠져 있어 남한의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신년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것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9년만이다. 북한은 그간 노동신문 등의 공동사설 형식으로 새해 국정운영 방침을 밝혀왔다. 정부 관계자는 "김 1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의 방식을 모방해 동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부족한 리더십을 메우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 1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5분부터 25분간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통해 중계된 신년사에서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데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은 북남관계를 진전시키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근본 전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ㆍ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올해의 북한 신년사는 지난해 '남조선 역적패당', '북침전쟁책동'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해 남측을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의 정권 교체기에는 새 정부와의 관계 모색을 위해 비난을 자제해 왔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에 앞선 2008년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남측 정부를 비난하는 문구를 쓰지 않았다.
김 1위원장은 주체, 선군, 김일성ㆍ김정일주의 등 기존 노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강국 건설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달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거론하며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는 것이 올해의 투쟁구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건설의 성과는 인민생활에서 나타나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농업ㆍ경공업 분야의 생산력 증대와 석탄ㆍ금속 분야의 혁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과제로 꼽았다.
특히 김 1위원장은 "현실 발전의 요구에 맞게 경제지도와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생산성 향상을 독려하는데 그치지 않고 민감한 경제관리 문제까지 거론한 것으로 '6ㆍ28방침'으로 알려진 기존의 부분적 경제관리개선조치가 올해 전면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1위원장은 군사분야에서 "우리식 첨단무장장비를 지속 개발할 것"이라며 장거리 로켓 개발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2009~2011년 신년사설에서 비핵화 실현 의지를 강조하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비핵화나 핵보유국 지위 확보 등 핵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대남관계 개선, 경제개혁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지만 신년사가 전반적으로는 예년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며 "말이 아닌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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