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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야생 반달곰 지리산에 아직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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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야생 반달곰 지리산에 아직 살고있다"

입력
2013.01.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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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토종 반달가슴곰이 생존해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러시아 등에서 들여온 방사 반달가슴곰들이 살고 있는 지리산에서, 어떤 방사 곰과도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 새끼 곰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1월 태어난 이 새끼 곰의 부계(父系) 혈통은 지난 10여년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토종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고 1일 공단은 밝혔다.

공단은 2004년부터 북한, 러시아, 중국 동북부 등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34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했고, 지난해 7월부터 이 곰들이 낳은 새끼 반달곰 11마리까지 총 47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어미 곰 'RF-18'이 낳은 새끼 곰 2마리 중 1마리의 부계가 방사 곰 중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부다처(多夫多妻)로 알려진 곰은 여러 수컷과 교미한 암컷이 부계가 서로 다른 새끼를 낳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지리산 야생 곰은 2001년 공단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마지막으로 찍힌 후 모습을 감췄다. 공단은 당시 지리산에 토종 곰이 5마리 정도 남아, 20~30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외국 곰을 들여와 방사, 종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토종 곰은 생존 여부가 불투명했다. 위치 파악이 가능한 방사 곰이 지나치지 않은 나무에서 곰털이 발견되는 등 토종 곰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묘연한 흔적만 있을 뿐 카메라에는 한 차례도 포착되지 않았다.

공단은 새끼 곰의 부계 유전자가 우리나라 토종 곰이 속한 동북아계통인 점 등으로 미뤄 농가에서 사육되던 다른 곰일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사육 곰은 1990년대 곰의 국제적인 상업거래가 금지되기 전 대만, 일본, 미국 등지에서 들여온 것으로 토종 곰과는 계통 자체가 다르며, 사람 손에 익숙해져 야생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두하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부 과장은 "한 마리만 부계가 확인되지 않아 혹시 실험적 오차가 아닌가 여러 번 실험을 되풀이했지만 오차는 아닌 것으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결국 방사된 암컷 곰이 야생에서 살던 토종 수컷 곰과 교미해 번식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생존조차 불투명했던 토종 야생 곰이 어떻게 외국 곰을 방사한 지 8년이나 지나서야 새끼를 낳은 것일까. 양두하 과장은 "외국 곰은 방사 당시 5,6세로 나이도 어리고 덩치도 작아 10세 안팎이던 야생 곰과의 영역싸움에서 밀려 서로 영역 구분이 명확했지만, 방사 곰이 몸집이 커지고 힘이 세지면서 2,3년 전부터 영역 경계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종 곰과 방사 곰의 생활 영역이 겹치면서 교미 가능성도 커져 지난해 첫 새끼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토종 야생 곰의 유전자는 확보된 것이 없어 부계 일치를 100% 입증할 방법은 없다. 공단은 무인카메라, 생포 덫 등을 통해 야생 곰의 흔적을 계속 찾는 한편 올해 태어날 예정인 새끼 곰의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토종 야생 곰의 생존 가능성을 밝혀나갈 계획이다. 양두하 과장은 "처음으로 토종 야생 곰의 혈통을 이어받은 새끼 곰 한 마리가 태어나면서 토종 곰 복원사업이 중요한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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