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한끼 식비로 1,500원만 지원하기로 올해 예산안을 확정, 아동복지계가 절망에 빠졌다. 보육원 식비 현실화를 위한 국민운동까지 벌어져 모금액이 2억원을 넘어선 반면 국회는 '부모 표가 없는'아이들의 굶주린 현실은 외면했다.
서울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그렇게 염원했는데 너무하다"며 "1,000원이라도 인상할 줄 알았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한끼 1,400원에서 100원이 오른 인상폭은 물가상승률 정도다. 올해부터 유치원ㆍ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은 0~5세 아동에게도 양육수당(월10만~20만원) 지원을 확대하면서, 보육원은 더욱 소외받게 됐다. 보육원은 이미 인건비ㆍ운영비 지원에 양육비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아름다운재단이 시작한 보육원 식비 현실화 국민운동에는 지금까지 총 4,800명 가량이 참여, 현재 약 2억1,500만원 가량을 모금했다. 이달 말까지 모금을 끝내고, 보육원 2곳을 골라 보육원 아동들에게 한 해 동안 차별 없는 식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름다운재단 성혜경 간사는 "속이 터지는 것 같다"며 "역대 최대 복지 예산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 더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1만6,000명 보육원 아이들의 식비를 3,000원으로 인상하는 데는 한해 예산 295억원만 추가 투입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아동의 한끼 식비로 3,500원 이상을 권고,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도 3,500원 이상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보육원은 아동복지정책이 아니라 빈곤정책인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묶여 최소한의 식비만 지원되고 있다. 모금운동에 참여한 김민주씨는 "배고픔에 차이가 없듯 식비에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아동복지협회 이성선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변화했는데도, 국회 등은 부모 없이 빈곤한 아이들을 동등하게 키우고 돌봐야 한다는 의식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며 "시설 아동들을 차별하는 기초생활수급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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