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1일 새해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에 협조한 것을 놓고 당내 일부에서는 "정책 우경화가 걱정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한 초당적 협조를 강조하다 보면 민주당의 당론이나 정책 노선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선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원안 통과에 대해 "민주당이 당론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당초 공사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당론으로 정하고 국방부가 제시한 2,009억원의 예산안 삭감을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이미 대선을 통해 검증을 받은 것"이라며 버텼고, 민주당은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 3개항을 70일 이내에 이행하는 조건으로 원안 통과를 수용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단서 조항의 이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하도록 한 만큼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은 "국회는 갈등이 첨예한 사업을 예산으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이 크고, 민주당은 당론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도 민주당이 중소상공인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여야는 이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오전10시까지 제한하고 의무 휴업일을 매월 2일로 하되 공휴일에 휴업하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밤10시~오전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월 3일 이내의 의무 휴업을 규정한 원안을 끝내 고수하지 못했다. 이러자 중소기업중앙회가 "당초 개정안보다 영업 시간 제한이 다소 축소돼 아쉽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기를 바라는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내에서는 "지난 대선 패배를 거울 삼아 좌클릭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사사건건 여당에 끌려 다니면 정책의 이념적 지평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체성 논란은 향후 당권 경쟁 과정에서 계파 갈등과 겹쳐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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