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관계 재정립 위한 과도기… 마찰 계속될 것
오바마 2기 외교라인 교체로 중국·미국 관계개선 기대
북한 미사일 발사는 잘못… 과한 처벌은 되레 역효과
한국, 북한과 대화 늘리고 비핵화 압력 수단 확보해야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3년 국제사회를 전망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 갈등으로 인해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댜오위다오 긴장은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을 추월하며 양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로, 새 관계가 정립되기 전까지는 양국의 마찰이 계속될 것이라고 사회과학원은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댜오위다오 상공에는 양국의 비행기가 출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전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2013년의 동아시아가 갈 길은 어떤 것일까. 중국의 외교 문제 전문가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각 국가가 상대 국가에 완벽하게 승리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차선책에도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과 일본은 2012년 댜오위다오 문제 때문에 편한 날이 없었다. 영토 문제는 어느 나라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일부에서는 국지전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여러 갈등이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설혹 사태가 악화한다 해도 전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사실 전쟁까지 할 일도 아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는 중일 모두 잘 알고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다. 우려해야 할 일이 있기는 있다. 의외의 돌발성 사건이 터지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뜻밖의 사건이 중국의 반일 감정 또는 일본의 반중 감정을 폭발시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댜오위다오에서 중국과 일본의 선박이 충돌해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군함이 출동하고 전투기가 출격하는 과정 등에서 무력 충돌이 발발할 수도 있다. 중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이 사실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런 관점에서 중일 군부가 핫라인 개설을 추진하다 중단한 것은 안타깝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묘책은.
"각 나라가 완벽한 승리를 얻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엄연히 상대방이 있는데 자신에게 최선인 방법만 고집하다 보면 영원히 해결책을 구할 수 없다. 각국이 계속 절대적 승리를 추구한다면 긴장만 고조될 것이다. 따라서 이젠 서로 차선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진 이러한 시도가 부족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할 때 합일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양보할 것이라고 보나.
"(웃으면서)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기까지 결과적으로 중국이 많은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일본 우익에게 득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말 일본 총선에서는 일본 유권자의 또 다른 요구도 나왔다.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외교 정책에서 실패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도 지나치게 충돌했다. 이런 점이 일본에서 정권 교체로 이어진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댜오위다오 문제에 더 강하게 대응하라는 여론이 일본에 있지만 일각에는 댜오위다오의 국유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빠진 중일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민당 외 다른 정치 세력이 자민당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일본은 경제 재건에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는 상호 의존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가 정치의 영향을 받으면서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 일본도 중국이 필요하다."
-일본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가정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역사를 반성하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부유했을 때도 그랬고 경제가 약해진 지금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 주변국과의 갈등과 마찰을 부른다. 일본의 정치가 일본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일본을 편들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것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만큼 미국의 외교 정책은 크게 보아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은 바뀌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대신 존 케리 상원의원이 국무장관 자리를 맡게 됐다. '재균형'이란 용어로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정책을 주도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바뀔 예정이다. 그는 중국을 다소 불편하게 한 사람이다. 인물이 바뀌면 용어도 달라진다. 그러면 중국은 미국의 입장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를 만난 적이 있다. 미중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미국은 중국이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문제, 인권 정책 등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을 주문한다. 중국은 미국의 양적완화와 보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나라마다 역사와 사정이 다른 만큼 자기 입장에서 다른 나라를 비판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구조적 관계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구조적 요소는 불변이다. 다소의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새 지도부는 출범하자마자 이미 상대편에 최고위층을 파견, 교감을 나눴다. 최근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환담했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예방했다. 시 총서기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시간을 가졌다. 그는 2011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방중했을 때도 전 일정을 동행하며 배려했다. 미중 관계는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중의 입장에도 차이가 있는데.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잘못했다. 중국 역시 이를 알고 있고 북한에 대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과한 처벌은 역효과를 낸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북한 제재가 북한의 지배층이 아니라 인민이 고통받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서방 국가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 바뀔 것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한 압력을 점차 늘리는 식으로 말이다. 북한의 행동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입장과 어긋난다. 자원을 민생에 안 쓰고 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태도가 국제 사회의 지지를 상실하고 군사적 타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 내부가 불안해지는데 이는 중국에도 안 좋다. 북한이 갑자기 무너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한국은 이런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고 보는가.
"남북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사실 한국은 하루빨리 평화통일을 이루고 싶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오류가 있다.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의 두 가지 방법 가운데 빠른 길은 평화통일이 아니라 무력통일이다. 평화통일을 단기간에 달성할 방법은 없다.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남북한 관계를 좋게 유지해야 한다. 비핵화를 위해서도 북한과 대화의 기회를 늘리고 점차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이런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만나 몇 마디 나눈 적이 있다. 상당히 부드럽고 온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대통령이 됐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는 그런 부드럽고 온화한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 분명히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 당선인은 인생의 희ㆍ비극을 모두 겪지 않았나. 그런 대통령이라면 한국의 여러 입장을 다독이면서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은 각 나라와 두루 친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한국은 중국과도,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과는 안 좋지만 그래도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1956년 허난성 출신으로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 교수이면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을 맡고 있다. 정협은 중국공산당과 민주당파(중국 공산당의 위성정당), 단체, 정계 등의 대표로 구성된 중국의 정책자문기관이다. 이 때문에 자 부원장은 미국의 논리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국제정치 및 미중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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