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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 속에 숨은 종기, 놀이로 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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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 속에 숨은 종기, 놀이로 빼주세요"

입력
2013.01.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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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팔자걸음, 헛기침, 뿔테안경' 등의 딱딱한 교장 선생님 이미지를 훌훌 벗어 던지고 '노래하는 교장'으로 유명세를 탔던 방승호(51) 서울 중화고 교장이 이번엔 책을 냈다. 라는 제목의 책으로 일종의 놀이치료ㆍ상담 지침서다. 그는 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몇 가지 익혀놓는다면 어떤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자신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놀이들을 엄선했다"며 "새해에 왕따, 자살 등의 학교 문제가 줄어들게 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처음 시도된 '모험놀이 상담'은 레크리에이션처럼 간단한 신체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고, 효과적인 관계 회복을 이끌어내는 상담기법이다. 학교 기업 등 교육ㆍ연수현장에서 더러 이용되고 있는 방법들이지만, 방 교장은 "국내 정서와 교육환경에 맞게 리모델링한 게 특징이며, 아이들과 대화가 필요한 교사는 물론이고 부모들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1988년 경북 청송의 한 중학교에서 기술교사로 교단에 처음 선 그는 학생들과 재미있게 수업하는 방법을 찾다 93년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땄고, 그 덕에 98년 미국의 관련 기관 연수도 했다. 모험상담 매력에 푹 빠진 방 교장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힘들어하는 공부방 어린이와 문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천했고, 2003년엔 이를 토대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책에 담긴 놀이들은 대화를 유도하고 눈을 마주치게 하는 등 참가자들이 서로 마음의 빗장을 풀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선 경기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들이 망라돼 있다. "책은 마음놀이 게임을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입니다. 학생들의 근심과 고민을 '뽑아내야 하지만 너무 아파서 짜내기 어려운 우리 몸의 종기'라고 한다면, 이 놀이들은 그 고름이 스르르 빠져 나오도록 하는 고약인 셈이지요."

"내가 책을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그가 집필한 이유는 이 놀이들이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마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책 제목에 '기적'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이유다. "지인들은 무슨 종교서적 같다고 했지만, 제가 느끼기엔 진짜 기적 같았거든요."

방 교장의 모험 놀이를 접한 담임들은 "아이들이 달라졌다"를 연발했고, 도저히 졸업 못할 것 같던 학생들이 그와 함께 꾸준한 놀이를 한 뒤 보란 듯이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모험 상담의 효험을 통해 우리 교육의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이 갖고 있는 교과에 대한 지식은 뛰어난데 이걸 전달하는 능력은 크게 부족해요. 아무리 똑똑한 교사도 그걸 제대로 전달하려면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능력, 소통능력, 상담 능력이 밑바탕 되지 않으면 그 지식은 도루묵 아니겠어요?" 교사들을 길러내는 교육에 문제가 없는지를 면밀하게 짚은 뒤 개선책을 마련할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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