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타워'가 개봉 7일만(31일)에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어 질주하고 있다. '호빗' '레미제라블' 등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정면승부에서 거두는 의미 있는 성적이다.
'타워' 개봉 이후 서울 논현동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42) 감독은 "아직 속단하긴 어렵지만 다행히 순항하고 있고 관객 반응도 나쁘지 않아 고마울 뿐이다. '7광구'에 이어 '타워'까지 망하면 누가 또 날 불러주겠는가. 제발 이번 작품이 은퇴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경쟁이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훌륭한 영화들과의 경쟁 자체가 어떤 결과든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겠다 싶어 기분이 좋다. 그런 작품들이 있어 '타워'도 빛이 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화려한 휴가' '7광구'에 이어 벌써 3번째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의 경쟁 상대는 할리우드라 생각한다. 우리도 할리우드처럼 볼거리와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 성과는 미흡하다. 하지만 그들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예산과 힘으로 조금씩 해내가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2011년'타워'를 촬영하고 있을 때 '7광구'가 개봉됐다. 언론의 질타와 관객의 외면에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무조건 정해진 개봉일에 맞춰야 했다. CG와 3D를 완벽하게 보완하지 못한 상태로 극장에 내걸어야 했다. 전작 실패 이후 마음에선 번뇌가 소용돌이 쳤다. 내면의 불안 공포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었다. 당시 저를 일으켜준 건 '타워'의 배우와 스태프들이었다. '7광구'의 아픔이 저에겐 또 다시 다른 분들에게 상처 주면 안되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7광구'와 비교해 '타워'에선 배우들의 연기가 보다 절제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감독은 "배우들도 리액션이 없으면 연기하기 쉽지 않다. 전작 '7광구'에선 가상의 괴물과 싸우는 것이고, '타워'에선 눈에 보이는 불과 대결하는 것이다. 배우들도 접촉되지 않는 감정으론 몰입하기 어렵다"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감독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타워와 불이라고 했다. "건물은 사람들이 숨쉬고 그 군상들을 녹여내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통제 가능했지만 건물은 가상의 공간이라 쉽지 않았다. 불을 찍을 땐 유독가스로 모든 이들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맨 마지막 관객의 울음보를 터뜨린 음악도 화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롤이 느리고 서정적으로 편곡됐다. "원래는 다른 노래를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개봉 3개월 전 음악감독이 직접 편곡한 것이라며 틀어주더라. 캐롤이 이렇게 감성을 건드릴 수 있나 싶었다. 음악의 힘이 참 크다는 걸 실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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