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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음악 외 영화·무용 음악 천의 얼굴… 범패·가면극·궁중음악으로 탐구 대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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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음악 외 영화·무용 음악 천의 얼굴… 범패·가면극·궁중음악으로 탐구 대상 확장

입력
2013.01.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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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컴퓨터음악 같다가도, 구음(口音)에 갖가지 국악기가 조화를 이룬다. 벽면 가득한 화면에는 추상적 영상이 향연을 펼치고, 악기를 내려 놓은 악사들은 플라멩코보다 복잡한 리듬을 박수로 낸다. 그 중심에 작곡가 장영규(45)씨가 있다. 여간 해서는 음악적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그는 뜻밖에도 지근 거리에 있다.

'도둑들''복수는 나의 것',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 등에 나오는 음악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그의 음악은 박찬욱 등 눈 밝은 감독들의 귀를 만족시켜 주었다. 2000년 '반칙왕'을 기화로 1년에 두세 번 꼴로 세상과 만나 온 그의 영화음악 작업은 지난해 12월 착수한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자신의 본업은 아니지만 컴퓨터를 갖고 하는 영화음악 작업은, 소리 자체를 개념적으로 실험하고 공유해 왔다. 극단 연우무대의 '머리통 상해 사건'에서도 빛났던 소리다.

1991년 전위적 무용가 안은미의 무대에서 작곡을 맡으면서 그는 직업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영화음악 이전, 9년 동안의 성숙을 거친 것이다. 1994년에는 백현진과 함께 전위적인 밴드 '어어부프로젝트'를 결성, 멤버로 활동했다.

걸어온 행로가 참 포스트모던적인데? 대답이 싱겁다. "음악 정규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그렇다."

바꿔 말하면 교육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있는 베끼기(copy) 시기가 없었고, 자기만의 길에 대한 자신과 신뢰가 축적돼 왔다는 것이다. 양악, 국악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필요한 만큼 연구해서 작곡하는, 특유의 음악적 재료로 끌어안을 준비가 돼 있다. 길 가다 들은 공장의 기계 소리가 참 음악적이라고 느껴져서 옮겨진 곡이 '어항 속의 다방'이고, 라디오 토크 쇼 형식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앨범이 '튜나 월드'이다. '튜나 월드'에 수록된 '사각의 진혼곡'은 그의 노래 중 유일하게 노래방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세 개의 키워드에 사로잡혀 있다. 소싯적부터 들어온 한국 불교음악 범패는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다. 고도로 추상적인 범패의 지난함을 풀어헤친 가면극 음악은 두 번째다. 재기 넘치는 또래 국악인들을 모아 만든 국악 밴드 비빙(BeBeing)과 함께 도출해낸 실천적 노선이다. 셋째가 궁중음악이다. 지난해 발표한 '첩첩'으로 장정의 출발을 알린 터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동료 백현진은 그의 음악적 분신이다. 대학 초입 시절 "홍대 앞에서 놀다 만났다"는 두 사람은 그 일대의 젊은 예술가 그룹과 실험의 선두에 서 왔다. "판소리 '심청'의 눈대목과 등장 인물을 발전시켜 새 판을 짜볼까도 해요."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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