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극빈촌을 방문하는 등 친서민 행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례적인 연말연시 행차지만 최근 공산당 지도부와 원로 가족들의 재산이 잇따라 폭로되는 와중에 진행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29, 30일 허베이(河北)성 푸핑(阜平)현 뤄퉈완(駱駝灣)촌을 찾았다. 베이징(北京)시에서 300㎞ 떨어진 이 산골 마을은 1인당 연소득이 900위안(약 15만5,000원)에 불과,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다. 시 총 서기는 촌로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빈곤을 없애고 공동 부유를 실현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빈민지원 자금이 유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재난재해 지원금 유용과 같은 수준의 범죄 행위로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31일 보도했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27~30일 장시(江西)성 주장(九江)시와 후베이(湖北)성 언스(恩施)시의 시골 마을을 찾아 서민들과 화롯불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말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시 총서기를 비롯한 신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이어 30일 저녁 베이징시 국가대극원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경극을 관람했다. 새 지도부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경극이 끝난 뒤엔 출연진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빈민촌을 찾고 경극을 관람하는 것은 중국 지도부의 연례 행사다.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새 지도부가 서민들 속에서 활약해 온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화보집 형태로 보도하는 등 새 지도부의 서민 이미지 전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덩샤오핑(鄧小平)과 왕전(王震) 전 부주석, 천윈(陳雲) 전 부총리 등 중국 3대 혁명원로 자제들이 장악한 국유기업 자산이 1조6,000억달러(약 1,70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뒤 중국 인터넷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블룸버그는 6월에도 시 총서기 일가 자산이 4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가의 자산이 27억달러(약 2조8,700억원)라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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