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금괴가 있다고 믿는다."
지난 10월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사업가 이모(45)씨가 법정구속되면서 한 말이다. 이씨는 2000년대초 사업에 실패하자 두바이로 건너가 새 사업을 물색하던 중 한국인 브로커 L씨 형제를 만났다. 이들은 이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수십년간 철권통치를 하다 1998년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비리와 사치로 악명 높았던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비자금 640조원이 스위스유니온은행(USB) 두바이지점에 금괴로 보관돼 있다는 것이었다.
L씨 형제는 "소유자가 미국 사업가에게 금괴를 팔려고 하는데 두바이가 금괴 반출을 제한해 현지에서 현금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 형제가 작업을 맡고 있으며, 성사되면 수수료 7조원을 받기로 했다"며 "체류비 등을 대면 10%인 7,000억원을 주겠다"고 이씨에게 제안했다.
이씨는 개인 돈 8,000만원을 투자했고 L씨 형제가 추가 경비를 요구하자 한국으로 건너온 뒤 2006~2009년 투자자들을 모아 3억8,000여만원을 만들어 두바이로 송금했다. 하지만 L씨 형제는 이익금은커녕 출장비만 계속 요구했고, 참다 못한 투자자들은 이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박관근)는 31일 이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브로커들 못지않게 피해자들에게 금방 이익금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호언장담했다"며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브로커 L씨 형제는 수사망을 피해 현재 두바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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