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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 격무 내모는 현장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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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 격무 내모는 현장실습

입력
2012.12.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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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순천 효산고(특성화고) 교장과 교감, 교사 등 7명은 울산의 한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했다. 전날 사랑하는 제자가 바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12월 14일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석정36호가 침몰하면서 7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는데, 효산고 3학년생인 홍성대(19)군이 실종자에 이름을 올렸다. 현장실습 중이던 홍군은 유일한 고교생이었다. 효산고 김석진 교사는 "순천에 일자리가 많지 않아 이곳 공단까지 왔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1년 12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하루 10시간 격무에 시달리던 특성화고 3학년 실습생 김민재군이 뇌출혈로 쓰러진 데 이어, 1년 만에 홍군이 실습 중에 사망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과도한 노동으로 내모는 산업체 현장실습 제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월 하루 7시간(야간ㆍ휴일근무 금지), 주 40시간 근무로 현장실습을 제한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안 지켜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울산 사건에서도 풍랑주의보가 있었는데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업체가 기준을 어겨 추가 근무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전자공고 임동헌(39) 교사(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는 "구미 쪽에서 현장실습 수요가 있어서 모집해서 보냈는데, 야간근로도 시키고 하루에 12시간 맞교대 돌리고 교과부 지침을 전혀 안 지켜서 학생들을 모두 복귀시켰다"며 "이런 사례들이 무척 많다"고 말했다.

2011년 김민재군이 쓰러진 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 기아차는 당시 18세 이상 실습생 총 60명, 18세 미만 실습생 78명에게 초과 연장근무를 시키고 현장실습생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아 상여금ㆍ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동헌 교사는 "기아차에서 3년간 100여명의 현장실습생을 쓰면서 100억원 가까이 임금을 체불했다"며 "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생들이 기업의 인건비 줄이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이 무서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들이 환멸을 느끼고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체의 요구라는 이유로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며 "저임금 노동력 제공도구로 전락한 살인적인 특성화고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2005년 광주에서 실습생의 사망을 계기로 취업이 보장된 경우만 제외하고 현장실습을 폐지했지만 2008년 현 정부가 학교자율화 조치의 일환으로 부활시켰다. 또 특성화고 취업률 목표(60%)를 할당하고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 '묻지마 현장실습'을 부추기고 있다.

임 교사는 "일본처럼 방학기간을 이용해 4주 이내, 직접 생산라인 투입이 아닌 보조로만 일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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