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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통합, 甲이 乙을 배려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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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통합, 甲이 乙을 배려하는 일

입력
2012.12.3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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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다. 2013년은 유난히 새롭다. 지난 해는 올해를 위한 준비, 도움닫기를 길고도 치열하게 해왔던 기간이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로 2012년은 시작되었고, 12월 대통령 선거로 마무리됐다. 20년 만에 새로운 국회와 새로운 대통령을 한 해에 선출했다. 두 차례의 선거는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타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가늠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를 알고 남을 보았다.

나만의 도약, 너만의 질주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화해다. 얻은 사람, 힘센 사람, 가진 사람들이 잃은 사람, 약한 사람, 없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 통합이다. 화해를 전제로 추구해야 할 그것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大)통합이라고 했다.

잃은, 약한, 없는 사람들 껴안아야

화해와 통합은 역대 정부들이 출범 초기마다 제창했으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선거 때만 되면 철학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저 감성과 호(好)불호(不好) 진영싸움에 빠져들었다. 새 정부가 시작돼도 나와 너의 화해는 이뤄지기 어려웠고, 소위 '갑(甲)과 을(乙)의 통합'은 다음 선거를 벼르는 갈등 속에 봉합되었다. 연못 밑바닥에 가라앉았다가 휘저어지면 남김없이 떠오르는 앙금이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그 이전부터 대통합을 강조했다. 그것을 위해 출마했고 그것을 위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실패한 48%의 국민은 대통합 선언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을게 분명하다. 성공한 52%의 국민 역시 그것을 의무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오랜 분열과 갈등이 계층과 세대, 출생지 등 고정된 축으로 전개돼 왔다는 점에서 특정 정치세력이나 한 정권이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013년은 진정한 새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다.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이 함께 대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말대로 "국민을 편가르거나 선동하지 않고 100%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일", 그 첫 걸음은 정치권에서 시작해야 한다. 활발한 의사소통이다. 여야의 협상과정을 지루하고 비효율적으로 여겨 여의도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어온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박 당선인은 정치생리에 익숙하고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박 당선인이 원칙과 신뢰를 으뜸 가치로 삼아왔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한다. 치열한 논쟁을 거듭하더라도 판을 깨지 않고 참을성 있게 대화화 협상을 이어가는 자세, 야당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포용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대통합으로 가는 출발이다.

정치 대탕평과 민생 보듬기로 출발

대통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모습은 새 정부의 인사다. 대(大)탕평 다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지역이나 세대를 안배하는 형식적 구조로는 국민의 마음을 크게 통합하기 어렵다. '깜짝 놀랄만한 인사'에 대한 기대도 크다. 많은 이들이 아니라는 인물을 발탁하여 국민을 뜨악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내부의 비판세력, 나아가 야권의 인물에게도 손을 내민다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인사가 될 수 있다. 대탕평의 의미가 그것이고, 대통합의 길은 앞당겨 진다.

과거 역사와의 화해는 소홀히 할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박 당선인이 일부 과거사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새로이 했던 점을 주목한다. 나아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 사건 등 현대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100% 대한민국의 길은 크게 넓어질 것이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껄끄럽게 인식하고 있는 과거사라면 더욱 그렇다. 피해와 아픔을 직면하고 화해를 통한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박 당선인이 용기와 신념을 갖고 올해 안에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일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대통합의 전제는 민생이다.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을 못박아두는 일이다. 박 당선인이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대기업 총수들보다 앞서 만났던 일이 신선하게 보였다. 스스로 중소기업 대통령임을 선언했으며, 대기업을 향해 그들의 성장엔 국민의 희생과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를 약속하면서 대기업은 국민기업의 성격이 있으므로 사회공동체와 상생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는 고전적 틀에만 갇혀 있던 대기업 총수들에게 경종을 울린 셈이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 새 정부의 대통합 의지에 기대를 갖게 되었다.

국민 기대 식기 전에 기틀 잡도록

박 당선인의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따른 양극화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공정경제의 의미로 국민은 이해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개선, 골목상권 보호와 서민경제 배려 등 대선 과정에서 강조됐던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서둘러 자리잡아야 한다. 국민의 기대가 식어버리면 대통합을 위한 새 정부의 노력도 힘을 받기 어렵다. 공정경제가 대기업 경쟁력을 약화하고 경제활력을 회복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자영업 지원 효과 등으로 경제 저변을 다지는 순기능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성장이나 복지는 쉽게 마음에 와 닿기 어렵다. 당장 신경 써야 할 과제는 서민들의 힘겨운 빚더미다. 가계부채는 부동산시장 몰락, 일자리 부재, 성장률 하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들이 아니며, 새 정부가 5년 내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과제다. 박 당선인은 기금을 만들어 서민들의 악성부채를 줄여주고 빚더미를 감소시켜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서민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공약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때 꼭 시작되기 바란다. 대통합의 폭은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이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초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5가지 기준과 과제를 내놓았다. 노동자 근로여건, 조세제도 공정성, 대기업과 종소기업 상생, 근로여성의 육아ㆍ보육 환경, 소득격차로 인한 학력 대물림을 가늠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연말 결산한 내용은 '(한해 동안)거꾸로 간 국민 행복시계'였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데 원인이 있었다. 나의 입장에서 너를 이해하고, 갑의 자리에서 을을 포용하는 대통합만이 행복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새 정부의 첫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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