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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刹那)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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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刹那) 인생

입력
2012.12.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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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면 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소망하는 연례 행사가 됐다. 하지만 인생무상이라고 별반 나아지는 것도 없다. 일주일이나 한 달을 주기로 각오를 다져도 되겠으나, 4계절이 차례로 흘러가고 완전히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새해가 뒤를 돌아보기에 적당한 때문일 것이다. 또 365일이라는 시간이 개인 신상과 경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주기에 적정한 기간이기도 하다.

■ 지구의 역사를 기준으로 보면 1년이라는 기간은 무척 짧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지구의 역사를 일주일로 환치하면, 하루는 대략 6억6,000만년에 해당한다. 월요일 0시에 지구가 단단한 구체로 출현, 수요일 정오가 되면 박테리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요일 오후 4시쯤에는 공룡이 나타났다가 다섯 시간 뒤에 사라진다. 더 작고 연약한 생명 형태들은 무질서한 방식으로 퍼져 나가다가 약간의 종만이 살아남는다.

■ 또 인류는 일요일 자정 3분 전에 출현하고, 자정 15초 전에 최초의 도시들이 생겨난다. 자정 40분의 1초 전, 인류는 최초의 핵폭탄을 투하하고 달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살아 온 기간은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찰나(刹那)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굳이 계산하면 찰나는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 영겁(永劫)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와 비교해 볼 때 우리가 살아온 기간은 매우 허망한 것이리라.

■ 2013년은 계사년(癸巳年)으로 뱀의 해다. 검은색을 의미하는 계(癸)와 뱀 사(巳)가 만나기 때문에 흑사년(黑巳年) 이라고도 한다. 뱀은 다산과 풍요, 영원불멸을 의미한단다. 경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올해는 특히 풍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리고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버린 세월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각오도 다져보자. 또 '묵은 것은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새해 희망 사자성어 '제구포신(除舊布新)'도 실천하자.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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