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마감 시한 하루 전인 12월 30일(현지시간)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재정절벽 협상의 향후 시나리오 4가지를 제시했다. 미국 상원은 31일 마지막 합의 도출을 시도하는데 이에 성공할 경우 하원은 이날 저녁 타협안 가결 여부를 결정한다.
FT가 밝힌 최선의 시나리오는 백악관과 공화당이 감세와 정부지출 삭감, 국가부채 상한 조정에 전격 합의하는 이른바 빅딜이다. 2주 전까지 진행된 빅딜 협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수입 25만달러 또는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증세 대상을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로 상향 조정하는 절충안을 낸 뒤 하원 가결을 시도했으나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베이너가 협상력을 잃으면서 협상은 상원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극적인 타결 조짐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빅딜 가능성은 줄고 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협상이 시한을 넘겨 새해 1월 타결되는 것이다. 재정절벽의 영향은 2주에서 1개월 뒤 본격화한다는 게 일반론이기 때문에 협상에 실패해도 미국 경제가 당장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협상이 기한을 넘겨 타결돼도 적용 시점을 1월로 소급하면 시한 문제는 사라진다. FT는 그러면서도 이 지연된 타협의 시나리오를 번지점프에 비유했다. 사회 경제 시스템이 운영상 정체에 빠져 파장을 모두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협상 지연은 더 나은 타협을 시도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양면성을 지닌 이 시나리오의 관건은 금융시장의 반응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31일까지 타협이 성사되지만 협상 내용은 제한적인 경우다. 재정절벽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스몰딜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9일 상원에 중산층 감세와 실업수당 연장 방안 마련을 요청한 것도 이를 겨냥한 것이다. 스몰딜은 협상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재정절벽의 우려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수주, 수개월 내에 어떤 타협안도 나오지 않는 경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 경우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쳐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고 실업자가 200만명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9%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경제기관들은 증시의 급락을 경고하며 파장이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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