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김형성(43) 소방장이 순직했다. 위기를 직감하고 후배 소방관 두 명을 먼저 대피시킨 뒤 빠져 나오려 했지만 화마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문구류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철골 구조에 샌드위치 패널로 된 2층짜리 공장 건물 3개 동이 전소하고 1개 동이 일부 타 1억8,0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공장 직원들은 무사히 탈출했지만 일산소방서 장항119안전센터 소속 김 소방장은 진화 중 실종됐다. 공장 본관 1층에서 진화를 하다 불이 커지자 이달 초 배치된 초임 소방관 2명을 먼저 밖으로 내보내고 뒤따라 나왔지만 갑자기 무너져 내린 2층 바닥에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는 본관 1층에서 발생, 공장 직원들이 소화기로 끄려 했지만 필기류 잉크 등 인화성물질을 다루는 공장이라 순식간에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광역재난 3호’를 발령하고 240명의 인력과 헬기 등 44대의 장비를 동원해 오후 1시 27분쯤에야 불길을 잡았다. 김 소방장은 유독가스를 빼낸 뒤인 오후 5시 40분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992년 임용된 김 소방장은 20년 넘게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운 베테랑 소방관이다. 부인과 함께 팔순 노모를 모시며 살았고, 슬하에는 1남 1녀가 있다. 키는 170㎝ 초반에 다부진 체격으로 늘 몸을 사리지 않고 불 속에 뛰어들었다. 한 동료 소방관은 “진압은 가장 열심히 하면서도 항상 밝은 얼굴로 현장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순직하지 않았으면 내년에는 승진을 했을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2012년 마지막 날 김 소방장이 순직하며 올 한해 전국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은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고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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