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우익의 역사 인식에 근거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31일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관련해 "각의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계승하겠다"면서도 "종전 50년을 기념해 1995년 발표한 담화로, 이제 세월이 지난 만큼 내각 차원에서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지향적인 담화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를 두고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파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역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새 담화의 발표 시기와 내용은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에 대해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한 것으로 각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담화"라고 규정했다. 그는 "위안부 관련 문제는 2007년 3월 총리 시절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받고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정부나 군이 강제 연행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답변했는데 그것이 정부의 공식 각의 결정"이라면서 "이 내용을 가미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할지를 관방장관이 주도하는 전문가 회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일동맹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하고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의 공무원 상주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우익적 공약을 보류해오던 것과 달리 보수 우익지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우익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경제에 올인하기 위해 우익 본색을 감춘 것에 대한 당내 불만 세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내각 지지율이 50~60%대에 불과해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속내를 마냥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을 이어가 종전 70주년이 되는 2015년 자신의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입지가 좁아질 경우 발표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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