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 황인용(25)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중학교 3학년생 5명과 만난다. 서울대와 현대카드가 함께 진행 중인'SNU(서울대의 영문 이니셜)-현대카드 멘토스쿨'을 통해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1시간 30분씩 수학과 영어 과외를 해주는 황씨는 "가정형편 탓에 사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다수였다"며"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 양극화가 교육 격차를 부르고, 그것이 학력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구조는 올해도 깨지지 않았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올해 3~4월 2012학년도 입학생 2,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월평균 가계소득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가구에 속한 신입생이 47.1%나 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월평균 가계소득 500만원을 넘는 가구가 25.5%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부유층 자녀들이 서울대에 많이 진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신입생이 87.4%나 됐다. 대한민국 남성과 여성의 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각각 41.4%와 30.6%인 반면, 서울대 신입생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졸 이상 학력 비율은 그 두 배를 웃도는 83.3%와 72.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격차에 따른 학력 대물림 현상을 막기 위해선 교육낙후지역 학생들과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습의욕을 고취시킨다거나 방과후학교의 자유수강권을 제공해 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 황씨의 멘티였던 A(15)군은 멘토스쿨을 통해 학교 전체 영어 성적이 158등이나 향상됐다.
학력 대물림을 조장하는 사교육 열풍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 시장이 잘 발달한 수도권과 그렇지 못한 지방 간 학력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지난해 서울지역 고교졸업생의 서울대 진학률은 1만명당 94.9명으로 2000년(90.3명)보다 높아졌지만, 6대 광역시의 진학률은 69.9명에서 42.7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최근 1~2년 간 경제력에 따른 학력 격차가 악화하면 악화했지 개선된 징후를 찾아 볼 수 없다"면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는 공허한 약속보다는 각 대학별로 어렵게 출제 돼 사교육을 조장하는 논술고사를 정부에서 통합 관리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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