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육아 휴직한 김상우(34)씨는 다음달 복직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살짜리 딸을 돌봐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김씨는 원치 않는 육아휴직을 택한 경우다. 아내가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직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휴직을 결정한 것이다. 양가 부모는 지방에 살고 근처 어린이집은 빈 곳이 없었다. 다행히 김씨 회사가 공기업이라 휴직은 허락됐다. 주변에선 "용감하다", "유별나다"는 말이 쏟아졌으나, 김씨는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결국 아내가 회사를 그만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내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허락해주지 않은 탓이다. "아직도 일반 기업에서 육아휴직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어린이집도 없고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 키우겠습니까."
올해에도 워킹맘의 비애는 이어졌다. 일하는 여성에게 육아와 일의 병행은 거의 불가능했다. 워킹맘을 대신하는 용감한 아빠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신이 내린 직장'의 극소수에게만 허용될 뿐이었다.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에선 출산휴가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눈살을 찌푸리며 퇴직을 권하는 게 현실이다.
워킹맘의 희생을 강요하는 열악한 보육 환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10월 기준)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근로자(공무원 제외)는 1,48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2.8%로 매우 낮은 상태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복직 및 재취업을 통해 능력을 다시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통계청의 '2012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974만7,000명 가운데 20.3%(197만9,000명)가 결혼, 임신·출산, 자녀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7만8000명(4.1%) 늘어난 수치로, 비취업여성(404만9000명)의 절반(48.9%)에 해당한다. 한 중견업체에 다니는 워킹맘 조주현(34)씨는 "남편의 협조 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아이를 잘 맡아줄 육아시설이 대폭 늘어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남편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아빠의 달' 도입 ▦선택적 시간근로제 ▦아이돌보미 제도 운영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워킹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기업마다 재정 사정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보육 제도를 강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을 빼곤 여성복지에 눈을 돌릴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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