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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사건&사람] <5> 아동성폭력 추방 모임 '발자국' 만든 전수진·김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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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사건&사람] <5> 아동성폭력 추방 모임 '발자국' 만든 전수진·김혜원씨

입력
2012.12.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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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오전 9시 경기 여주군 한 동네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40대 동네 주민이 네 살 난 여아를 성추행 한 것이다. '옆집 아저씨' 임모(42)씨는 수돗가에서 물놀이하고 있던 A양을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유인해 약 5km 떨어진 인적 드문 공원으로 데려가 강제 추행했다. A양은 전치 24주의 큰 상처를 입었고, A양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A양은 정신연령이 자기 나이보다 훨씬 어린 생후 29개월 수준으로 돌아가는 퇴행 증상을 보였고, 아버지는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됐다. 어머니는 딸과 남편을 돌보기 위한 유일한 가족의 생계였던 가게마저 그만뒀다.

당시 이 사건은 매일 쏟아지는 강력사건들 속에서 주목 받지 못한 채 묻혀 버릴 수 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익명의 청원글이 계기가 됐다.

'저는 4세 딸아이를 둔 평범한 시민입니다. 기사를 보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사건 그냥 넘어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4세이면 키가 1m도 안 됩니다. 대소변도 서툽니다. 신발 신을 때 왼발, 오른발도 종종 착각합니다. 정말…정말 아기입니다.'

익명의 한 엄마가 쓴 이 절절한 호소에 네티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원에 3만 여명이 서명했고, 수 천 만원의 성금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을 얻은 이 엄마는 아예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을 구상해 온라인 카페를 열었다. 이는 지난 6개월간 성폭력 추방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과 오프라인 집회를 진행해온 시민모임 '발자국'을 만든 전수진(35)씨의 얘기다. 전씨는 "마치 내 아이에게 일어난 듯 느껴져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특별한 정의감으로 한 일이 아니라 내 아이를 지키고 싶다는 평범한 엄마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카페 개설을 누구보다 열렬히 지지한 것은 바로 엄마들이었다. 3명으로 시작된 카페는 12월 말 현재 회원 수가 1만2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80% 이상이 30ㆍ40대 여성이고, 20명의 운영진 중 70%가 평범한 엄마들이다. 전씨는 "여주 사건 이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사건, 통영 사건 등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엄마들이 발언할 수 있는 출구를 찾게 됐고 발자국이 그 역할을 했던 것 같다"며 "서명운동을 비롯해 오프라인 집회도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회원들이 먼저 제안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카페 운영진 김혜원(29)씨는 "끔찍한 사건들이 반복되는데도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고 흐지부지 될 거라는 위기 의식이 컸다"며 "빗속에서도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안고 집회에 온 엄마들의 비장한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했다.

발자국 회원들은 지난 9월 서울역 첫 집회 이후 명동역과 부산 등에서도 집회를 열었고, 각 지역에 사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와 아파트 장터 등에서도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씨는 "발자국은 정부에 두 가지를 요구한다"며 "아동 성범죄자 형량을 20년 이상 강화하자는 것과 아동인권보호국(가칭)의 설립"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도 " 지금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 문제를 총괄하는 아동인권보호국을 설립해야 한다"며 "아이만 낳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안전까지 책임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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