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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은 혹독한 세밑… 새해엔 상생 봄바람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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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은 혹독한 세밑… 새해엔 상생 봄바람 불길"

입력
2012.12.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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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안 나오는데, 또 해가 바뀌네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상인회 사무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태섭(56) 상인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이날 낮 12시30분부터 3시간가량 마포구청에서 홈플러스 관계자를 만나 논의했지만 여전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매장면적 축소 입점 등 상생 방안을 내놨는데도 홈플러스 측은 내내 다른 얘기만 해 전혀 진전이 없었다"며 "1994년부터 속옷장사를 해왔는데, 올 겨울처럼 몸과 마음이 추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문제는 2012년 한 해 내내 우리사회의 이슈였다.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명문화한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지자체들은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조례를 시행했지만, 유통업체들은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 등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갈등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현안인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갈등, 통합과 상생의 문제와 직결된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둘러싼 갈등은 그 대표적 사례였다.

망원동의 전통시장인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상인 130여명은 이날로 142일째 교대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마포구청에 합정점 개설 등록을 한 홈플러스에 반발, 지난해 11월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올해 8월10일부터 입점 예정지인 합정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홈플러스는 합정점이 세워지면 지하철 6호선을 따라 대로변 2.3㎞에 상암점, 망원점까지 3개의 대형마트가 나란히 들어서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양측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조금도 진전이 없다. 상인들은 지난 3월 입점 철회를 요구하는 사업조정신청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했고, 중기청의 중재로 양측은 5월31일 1차 자율조정회의를 연 이후 지금까지 5차례 만났다. 현장실사를 한 중기청은 "3개 마트가 몰리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홈플러스에 권고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합정점의 실내 인테리어나 계산대 등 사업 개시를 위한 시설물 설치는 거의 다 끝났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지난 9월 4차 회의에서 합정점 입점을 인정하되 매장면적(4,300여평)을 절반으로 축소하거나, 정육 야채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 판매 금지 등을 요구하는 대안을 내놨다. 홈플러스 측은 신선식품 매장 면적을 전체의 15% 미만으로 운영하고, 망원점을 3년 내 철수하겠다는 등의 대안으로 맞섰다. 조 회장은 "보통 대형마트가 신선식품 매장을 전체 면적의 15% 정도로 운영한다"며 "홈플러스의 대안은 상인들을 기만하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선식품은 재래시장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품목이라 상인들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새 정부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골목시장 살리기를 계속 다짐해 왔기 때문이다. "당선인이 망원동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둘러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테니까요."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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