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일본 자민당 정권이 미국에 대해서도 달러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사령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ㆍ금융장관은 2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환율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가라앉히려면) 미국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미국은 강한 달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인데, 일본 정부가 미국의 환율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소 부총리는 이어 “유로도 그래야 한다”며 유럽연합(EU)에 유로화 가치를 높게 유지할 것을 압박했다. 자민당 정권이 엔저를 위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반박한 것이다.
아소 부총리는 2009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됐던 환율 공조를 상기시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일본은 당시 합의대로 엔화 가치가 달러 및 유로화에 비해 오르도록 용인했으나 다른 역내국들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아소의 주장이다.
아소 부총리는 기자회견 직전에 가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이트너 장관과의 통화에서 “엔화의 가치가 과도하게 일방적으로 오른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런 현상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소 부총리는 자민당 신정부의 무제한 금융완화에 주변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과격하게 엔화 약세를 유도하지 않을 것이고 아직 어떤 정책도 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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