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12월 31일] 다시 출발선에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12월 31일] 다시 출발선에서

입력
2012.12.30 12:03
0 0

도쿄 특파원 신분으로 일본에 살면서 올해는 한일 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욘사마 열풍에서 시작한 한류붐은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절정을 향해 치닫는 듯 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의 대표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등 한국 가수 3팀이 동반 출연했다. 탤런트 김태희는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는 후지테레비의 드라마에 한국인 최초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후지테레비가 보수 우익 언론 산케이(産經)신문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김태희의 출연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한인 상가가 밀집해 한류 열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오쿠보는 한국에 가지 않고도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인지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 왔다. 한국 음식, 한국 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상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났다. 이 지역에서 20년 이상 장사한 한 한국인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유사 이래 가장 좋은 것 같다"며 "한류 열기가 너무 과열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걱정"이라고 할 정도였다. 어려운 경기로 도쿄시의 대다수 지역 땅값이 떨어졌지만 신오쿠보 일대만은 도리어 상승세를 보였다. 도쿄에서 신오쿠보를 제외하고 땅값이 오른 곳은 5월 문을 연 세계 최대 높이의 방송 송신탑 스카이트리 일대 밖에 없다. 일부 혐한(嫌韓) 세력이 한류 열기에 반발, 산발적인 반한 시위를 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조차도 될 수 없는 무시할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한일 관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의 사과 요구 발언 등으로 차갑게 식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 측의 보상 요구를 외면한 것이 그 배경에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부분은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영토 문제만 부각되면서 한일 양국 국민의 감정 대립으로 비화했다.

두 나라의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일본의 한류 열기는 수면 아래로 잠겼다. 신오쿠보를 활보하던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지역 상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TV방송에서 한국 드라마의 방영이 감소했고 일본 매스컴의 한류 스타 기피 현상도 극에 달했다. 한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한 정서를 부추기는 이른바 넷우익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한국인은 돌아가라"고 외쳐댔다. 같은 공간에서 불과 몇 달 사이에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가 조금 수그러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보수 우익 성향이 강한 자민당이 총선에서 과거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부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신의 개인적 소신을 일단 뒤로 미루고 우익 성향 공약을 당분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한일 관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쌓아 올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국가 간의 관계가 정치인 한두 명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정치인의 개인적 소신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국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 외교도 중요하다. 2013년 출발선상에 선 한일 양국의 새 정상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회복을 위해 멋진 레이스를 펼쳐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