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재정절벽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112대 미국 의회가 역대 최악의 불능 의회로 기록되고 있다. 내년 1월 3일 낮 12시 회기가 종료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112대 의회가 입법화에 성공한 법안은 219건에 불과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는 111대 의회의 383건, 110대 의회의 460건에 비해 50~60% 수준이고 194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이 정부와 상원, 공화당이 하원의 권력을 분점하며 뒤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리드록(Gridlock)이 계속된 탓이다. 상원에서 공화당은 무려 115회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이용, 민주당의 법안 통과를 막았다. 칼럼니스트 존 딘은 "50년 간 의회를 지켜봤지만 이번 같은 의회는 보지 못했다"며 "국가 안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1월 3일 오후 새 회기를 시작하는 113대 의회 역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그리드록을 벗어나기는 힘든 여건이다. 상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한 법안을 마련, 민주당 55석(무소속 2석 포함)으로 가결시킬 계획이나 공화당은 60석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일 선출될 의회 지도부는 기존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재선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베이너는 최근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타협안(플랜B)을 마련했으나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는 등 지도력을 상실하고 있다. 그가 의장에 재선되려면 하원 433석(2석 공석) 가운데 절반인 217석을 얻어야 하지만 공화당 의원 233명 중 17명만 이탈해도 당락이 민주당의 손으로 넘어간다. 베이너를 대신할 후임 하원 의장으로는 존 헌츠먼 전 주중 미국대사 등이 거론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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