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청와대에서 근무하면 다음 자리는 걱정 없다.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이 되는 것이 어느새 관례처럼 되어버렸다. 업무능력이나 전문성과는 상관없다. 임원추천위원회의 공모절차가 있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으니 형식일 뿐이다.
이런 식의 '낙하산'인사는 정권 말일수록 심하고 노골적이다. 당사자는 막판에 슬며시 자리를 챙겨서는 다음 정부에서까지 임기를 채우려는 속셈이다. 유난히'보은 인사'가 심했던 이명박 정부여서 그런지 도가 지나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에 의하면 지난해 이후에만 40명이 된다고 한다.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방통신전파진흥원 원장,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이 모두 청와대 출신이다. 올 하반기에도 청와대 출신 9명이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도 대부분 정부부처 공무원 출신의 몫이다. 공공기관 임원의 250여 명이 그들이다. 경제부처일수록 심해 국토해양부는 30명, 지식경제부는 22명의 공공기관장과 임원을 배출했다. 이러니 공공기관 인사 때마다 자격 시비, 내부 반발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듯, 특히 임기 말의 다분히'알 박기'식 인사는 다음 정부의 인사와 정책수행에 큰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가능한 한 자제하는 것이 옳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나서 최근 이명박 정부가 남발하는 공공기관의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정권 말이라도 꼭 필요한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인사는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막판 제 식구 챙겨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한 속앓이와 후유증을 심하게 겪었던 이명박 정부가 전철을 밟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사람까지 쫓아내고는 자기 사람을 심어서도 안 되지만, 정권 말에 낙하산으로 내려와 자리를 차지하고는 다음 정부에서 임기까지 버텨보겠다는 심보도 용납될 수 없다. 박 당선인은 차기 정부 인사는 오로지 공정성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까지 그 원칙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