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이 정부의 '1조원 현물출자'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을 나눠 '농협개혁'을 이루겠다는 기치로 올해 3월 단행된 농협의 신경분리는 지지부진한 정부 현물출자로 양 부문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농협을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으로 나눈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총 5조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4조원을 이차보전(利差補塡)하고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1조원 현물출자키로 했다. 이차보전으로 정부는 농협이 발행한 채권 4조원의 이자 연 1,600억원을 5년 동안 대신 내준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이후 임원 급여반납, 임원 수 축소, 본부인력 감축, 비용 절감 등 수익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을 단행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으나 현물출자 안이 표류하면서 신경분리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산은금융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국회 절차가 무산된 점은 농협으로선 뼈 아프다. 산은금융 주식의 현물출자나 민영화를 위해서는 '산업은행 외채 국가보증 동의안'을 국회가 승인해야 한다. 하지만 6월에 제출된 동의안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산은 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동의안을 거부하는데다, 대선 등 절치 일정을 이유로 국회에서 다뤄지지 못한 탓이다.
다급해진 농협이 최근 국회에 현물출자분 1조원도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정부가 예산 증액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밝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농협의 대안은 농협이 추가 1조원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연 340억원의 이자를 5년 동안 정부가 내주는 방안인데, 정부는 기존 예산안 내에서 다른 사업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현물출자는 도·소매 유통 활성화 및 미래 농업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정부 입장은 이에 대한 예산을 깎겠다는 것으로 농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현물출자가 1년 가까이 감감 무소식이자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낙농육우협회, 계육협회 등 농업단체들로 이뤄진 농수축산연합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농협의 원활한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연합회는 "MB정부 농정의 성과인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현물출자 방식 표류로 마무리되지 못한다면, 이는 차기 정부의 부담"이라며 "현물출자 1조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즉각 전환하고 이차보전 소요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별도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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