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수년간 폐수를 몰래 버려온 염색업체 20곳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구청 공무원은 업체 측에 단속 정보를 미리 흘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차맹기)는 염색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수질 및 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염색업체 업주 L(54)씨와 폐수처리 대행업체 현장소장 C(65)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염색업체 업주 등 1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단속 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구청 단속 담당 공무원 L(49)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ㆍ중구 일대에 밀집한 이들 염색업체는 201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배출허용 기준치 이상의 폐수를 각각 수십~수천톤씩 하수도에 흘려보낸 혐의다. 가장 많은 폐수를 방류한 업체는 2년6개월 간 약 2,476톤을 내다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염색업체는 자체 폐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오염물질을 분리한 뒤 화학적산소요구량(COD) 130ppm 이하의 폐수만 내보낼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모두 무시됐다.
업체들은 폐수처리 대행업체가 구청 공무원에게서 입수한 단속 정보를 받은 뒤, 단속 직전에 폐수를 모아두는 집수조에 수돗물을 부어 희석시키는 등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렇게 조작된 시료의 COD는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팔당댐 원수(약4ppm)에 버금가는 깨끗한 물로 분석됐지만, 관할 구청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매월 약 1,0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는 염색업체들이 설치비 200만~300만원, 관리비 월 10만원 수준인 폐수처리시설 설치에는 인색했다"며 "염색폐수가 모두 중랑구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 그 처리 비용이 서울시민에게 전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업체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공무원의 금품수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