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1초, 눈물 그리고 오심
여자 펜싱 국가대표 신아람(26ㆍ계룡시청)을 떠올리는 키워드다. 신아람은 올 한 해를 절대 잊을 수 없다. 4년간 올림픽 무대만 바라보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지만 단 1초에 그 노력은 빛을 못 봤다. 신아람은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2012년을 두고 "정말 다사다난한 해였죠"라고 말했다.
신아람은 런던올림픽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흐르지 않은 1초 탓에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종료 1초를 남겨두고 세 차례 공격을 막았지만 경기장 시계는 여전히 1초에 머물렀다. 결국 네 번째 공격을 막지 못하고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어느덧 한 해가 다 갔지만 신아람은 아직도 한이 안 풀렸다. 아픈 마음을 치유할 시간 역시 없었다. "몇 년간 일어날 힘든 일들이 올해 다 생겼어요. 그것도 언제 또 나갈지 모르는 올림픽에서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 같아요. 29일부터 1월1일까지 주어진 짧은 휴식 시간 동안이라도 푹 쉬고 싶어요."
애증의 런던올림픽
신아람은 올림픽 역사에 남을 만한 오심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값진 소득도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피스트(펜싱 코트)에 올라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뒤에도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올림픽 전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펜싱을 널리 알릴 수 있었고, 남현희 선배만 알았는데 이제 저도 많이 알아봐주셔서 너무 기뻐요. 덕분에 시상식장에서 자주 얼굴을 비칠 수 있었어요."
신아람은 충남 금산여중 1학년 때 체육 선생님 권유로 검을 잡았다. 대부분의 운동은 키가 커야 유리하지만 신아람은 작았다. 그러나 순발력과 민첩성만큼은 돋보였다. 펜싱을 시작한지 1년 만에 키가 부쩍 컸고, 금산여고 2학년 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펜싱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지났는데 후회는 전혀 없고 만족하고 있어요. 가장 뿌듯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 딸이 국가대표'라며 당당하게 자랑하실 때에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앞으로 더 멋진 활약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림픽 이후 집중력 저하로 주춤
신아람은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곧바로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9월 김창환배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10월에 열린 전국체전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다. 12월말 대통령배에서는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아람은 부진한 이유를 집중력 저하로 꼽았다.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고 올림픽 후폭풍 뒷감당을 하느라 제대로 쉴 수 없었어요. 조용히 혼자 있고 싶기도 했어요. 앞으로 다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아요."
신아람은 또 가라앉은 펜싱 인기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국체전은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전북 순창에서 끝난 대통령배 대회는 예전처럼 썰렁했어요. 홍보도 잘 안 이뤄졌고, 거리도 멀어 팬들이 쉽게 찾아올 수 없었어요."
2013년 다시 시작
아쉬움이 가득했던 2012년은 이제 안녕이다. 신아람은 '런던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기 위해 새해 칼끝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을 생각이다. 특별한 소망은 없다.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아람은 2일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본격적인 담금질을 한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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