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정부 제출 새해 예산안보다 2,000억원 증가한 342조7,000억원 규모(세출 기준) 예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정부 예산안에서 4조3,000억원을 증액하고 4조1,000억원을 감액한 결과다. 증액분에는 0∼5세 무상보육,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사병월급 인상, 참전명예수당 추가인상, 청장년ㆍ어르신ㆍ여성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의 민생예산 2조2,000억원이 포함됐다.
여야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를 비롯한 세제개편 방안에도 합의했다. 당초 여야의 입장 차가 컸음에도 합의를 도출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고소득자와 거액 자산가, 기업 대주주에 대한 과세 강화를 이끌어 낸 것은 민주통합당이 주장해온 부자증세를 새누리당이 부분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당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고, 세출구조조정 등의 간접증세 방식을 고집했으나, 이번 합의에서 사실상 직접증세 방식을 수용했다. 전문가들은 비과세와 감면만으로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증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 해왔다. 결국 새누리당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자를 4만8,000명에서 21만명으로 4배 가량 확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직접증세 방식이다. 이 경우 금융소득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3,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전망이다. 이 밖에도 ▦장기펀드 소득공제 도입 철회 ▦기업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과 무상급식 관련 국고보조금 지원 규모 등에서는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본회의 처리 전까지는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공약한 연 27조원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추가 증세나 소득세ㆍ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등이 필요해 논란이 예상된다. 여야가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과 양보를 통해 원만한 결과를 도출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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