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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박정희 경제정책' 연구 이국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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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박정희 경제정책' 연구 이국영 교수

입력
2012.12.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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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복지

자본주의가 공산주의 이긴 비결은 복지 늘린 덕으로 소비 확대된 것

유럽에선 이미 입증 끝난 사실

보수주의자들의 반발

신자유주의가 세계 휩쓸며 세금보다 재정지출 늘어 국가부채↑

복지하면 나라 망한다? 무식의 소치

박근혜 정부가 가야할 길

중소기업 중심으로수출·내수 쌍끌이

대기업 등 반발에 실행 여부 미지수

박정희 수출·대기업 중심주의 탈피를

2013년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정부가 될 것인가, 되어야 할 것인가. 성균관대 이국영(59)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콘츠탄츠대학원에서 대만과 한국의 경제 비교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도입을 가장 먼저 줄기차게 주장해서 성사시킨 주인공. 이번에 그에게 들은 것은 주로 경제정책이었다. 독일정치학회지에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게재된 그의 학위논문이 박정희의 수출정책의 한계를 대만과 비교하여 비판한 내용이었고 그 자신 정치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2009년 국내서 출간한 책 은 중국 사회주의과학원 공식출판사인 당교(黨敎)에서 내년에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착취의 산물이라는 마르크스 주장이나 프로테스탄트 윤리 덕분이라는 베버의 주장을 모두 배격하고 자본주의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간 타협의 산물이며 평등해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엘젠한스의 이론을 소개하며 박정희 정권도 소득분배가 고속성장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박근혜 정부가 시작됩니다. 새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수출과 대기업 중심인 경제구조를 바로잡고 복지를 확대하는 민생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수출과 성장 중심으로 잡아놓은 박정희 때의 유산이 아직도 어둡게 드리워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110%인가 그래요. OECD국가 중에는 제일 높을 거에요. 일본도 수출 많이 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무역의존도가 32%밖에 안돼요. OECD 국가들이 대부분 50% 이하예요. 우리나라는 극단적으로 무역의존도가 높으니까 세계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아요. 그런데 세계경제는 지금 미국도 회복이 더디고 일본도 아베 정부의 경기부양을 지켜봐야 할 상황이고 중국도 더 이상 고성장은 없다는 거잖아요. 유로존은 그리스 스페인 줄줄이 금융위기 상태예요. 세계경제가 더 나빠진다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경제가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당선인의 말대로 고용을 늘리고 복지를 늘려서 내수를 늘리는 수 밖에 없어요."

-복지를 늘려야 경제가 산다는 것은 독특한 견해네요.

"유럽에서는 이미 입증이 끝난 사실입니다. 자본주의가 소련식 사회주의를 이길 수 있었던 게 생산성이 늘어났던 거에요. 생산성이 향상되고 기술이 개발된다는 것은 일정한 시간 내에 좋은 품질의 상품이 많이 나온다는 뜻인데 그러려면 그걸 사주는 소비계층이 있어야 하거든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야 생산성 향상이 계속 되는 거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지는데 소비력이 못 따라가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거든요. 그래서 임금을 늘려주는 방안이나 아니면 복지를 통해 사람들이 소비에 쓸 수 있는 돈을 늘려주는 방식이 있는 겁니다. 정부가 무상교육 같은 것으로 저소득층의 복지를 높여주면 그 돈이 바로 물품을 소비하는 데로 가서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는 식이지요. 1929년에 세계적인 대공황이 닥쳤을 때 나라마다 대처법이 달랐어요.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펴면서 국가재정을 투입해서 고용을 늘렸어요. 지금은 기계화 수준이 높아져서 건설사업 벌여봤자 별 효과가 없지만 그때는 도로 놓고 땅 파고 하는 게 효과가 났거든요. 최초로 복지입법도 하고. 미국의 문제를 완전치유는 못했지만 더 이상 나빠지는 거는 막아냈습니다. 독일은 사민당이 정권을 뺐겼고 일종의 보수연합정부가 자리잡고 긴축정책을 폈어요. 복지도 삭감하고 그 결과 실업자가 훨씬 늘어났죠. 실업자가 몇 백만으로 늘어나니까 지지율이 5% 미만이던 파시스트(나치) 정당이 인기를 끌면서 히틀러가 집권하게 됩니다. 히틀러도 정책으로는 긴축이 아니라 돈을 풀어야 한다 그래서 아우토반(독일고속도로) 건설이 나온 거에요. 단기간 만에 완전고용이 실현된 거에요. 문제는 경제가 회복되자 그걸 기반으로 군수산업도 가동시키면서 아주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통해서 국민들의 호응을 끌어가려던 것이 잘못됐지요. 반면 똑같은 대공황이 닥쳤을 때 스웨덴은 사회민주당이 집권해서 이후 70년대까지 계속 복지를 늘렸어요. 그게 가?杉?게 러시아도 원래는 사회민주당인데 볼쉐비키 멘세비키로 노선투쟁을 하면서 공산당으로 바뀌거든요. 유럽의 사민당과 공산당이 다 이렇게 나뉘어졌는데 스웨덴만은 노선투쟁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민주당을 유지했고 농민과 노동자들이 농산물 가격 때문에 갈라서는데 스웨덴서는 노동자 농민도 연대하면서 쭉 갔어요. 그렇게 70년대 중반까지 사회복지를 계속 확대해가면서 대공황을 극복해나간 거지요. 요즘 순대 만드는 당면 있잖아요. 아는 사람이 당면을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매출이 60%가 줄었대요.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주니까 순대하고 길거리음식 소비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거에요. 만일 복지를 늘려주면 이 사람들이 순대를 사먹고 그게 경제를 살린다는 겁니다."

-경제성장에서 복지는 필수다…

"한국에서 참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요. 유럽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는 기본으로 지키는 게 보수정당이에요. 독일만 봐도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기민당 아데나워 총리가 장기집권하면서 독일의 기틀을 잡았는데 독일의 기민당을 보수정당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보수당이나 미국의 공화당처럼 생각하면 안돼요. 상대방 정당들이 사회주의 정당이고 동독이라는 체제경쟁자도 있고 반기업적인 사회 정서도 있어서 복지는 당연한 것이었어요. 비스마르크부터 히틀러까지의 골통보수주의와는 달랐어요. 에드먼드 버크가 '유지와 변화가 보수주의의 기본'이라는 말도 했잖아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변화해 나가는 게 보수주의의 개념인데 기득권만 지키려는 수구를 우리는 보수로 잘못 알고 있어요. 심지어 독일에서 공부했다는 학자들조차 사회적 시장경제가 독일을 병들게 했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건 아데나워 때 시장경제에서도 사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서 GDP 대비 사회복지 비율을 7%까지 올렸어요. 이게 우리나라의 현재 2만불 시대 복지비 비율하고 비슷해요. 박근혜 당선자가 유세기간 중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을 하는 구조'라는 말을 했는데 바로 스웨덴이 그렇게 했고 독일도 2차대전 이후 복지정책이 국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정책으로 당연시 됐어요. 이런 나라들이 국민소득이 다 5,000달러일 때 이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2만달러 수준인데도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비를 아끼려고 타죽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말이 안돼요. 더구나 복지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내용을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말한다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고 밖에는 안 여겨져요."

-복지에 비용을 쓰면 국가재정부담이 커져서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인데

"복지가 잘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조세부담률이 높아요. 하늘에서 돈 찍어주는 게 아니니까 당연한 거잖아요. 그리고 독일이나 스웨덴이나 국민들이 여기에 큰 불만이 없어요. 그런데 소득이 올라가면 중간계층이 세금 저항을 해요. 왜냐하면 중간계층도 이제는 자기 소득으로 생활이 윤택한데 굳이 세금을 내서 보편적 복지를 할 것인가. 사민당안에서도 노동자들보다도 사무직, 중간계층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경화를 하는 거지요. 그러면 사민당이 누진세라든가 고소득에 대한 과세를 더 이상 활수가 없는 거에요. 그러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게 되지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나라마다 차이는 크지만 이런 재정지출이 늘어나 국가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져왔지요. 그런데 이런 재정지출 방식은 반짝 효과밖에 없어요. 일본이 이런 식의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기 위한 경기부양을 많이 해서 토건국가라고 불리는 데 루즈벨트 때와 달라서 이제는 기계가 워낙 좋아져서 고용효과가 없어요. 우리나라도 지방 가면 길이 얼마나 많습니까. 옛날 뉴딜식으로 토건국가식 경기부양을 했지만 효과가 없잖아요. 대표적인 게 4대강인데 이건 환경문제는 제쳐놓고도 그22조원을 청년 일자리 만드는 데 쏟아부었다면 훨씬 더 바람직했겠지요. 경제관료들도 경기부양을 하기 쉬운 방법이니까 쉽게 돈 보내주는 거잖아요. 경제민주화니 복지는 골치 아프니까요. 그러다보니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나는 거지요. 신자유주의 물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보수정당이 집권하면서 부자 감세를 하기 때문에 복지수입이라는 게 제한적이 되니까 그렇게 되지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일본 정부처럼 노다정부처럼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을 내걸었지요. 그런데 부가가치세나 소비세를 인상하면 그 정부는 끝이에요. "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게 사실은 부가가치세 인상 때문이지요.

"그렇지요. 중화학 공업을 일으키면서 조세수입이 부족하니까 부가가치세를 들고 나왔지요. 물가가 오르니까 상인들이 얼마나 시달려요. 부마항쟁때 학생들이 데모하니까 상인들이 빵하고 먹을 걸 다 대줬어요. 부가가치세가 올라가니까 소상인들이 학생운동을 지원하는 거지요, 민중봉기 소요라는 게 대중하고 연결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어요."

-肩?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안은 나와있잖아요. 중소기업 중심으로 수출 내수 쌍끌이하고. 대기업이 영세상권에 침투하지 말고. 중소기업청도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있고 다 알고 있는데 안할 뿐이지요. "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해요. 그런데 부자들만 해라, 그러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통하겠느냐 반면 국채를 발행해라, 그러면 국가재정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건 또 옳으냐. 그러니까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부자증세만 하는 게 아니라 국채발행도 일부 하고 서로가 양보를 해서 복지를 늘리는 원칙만큼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거지요. 박근혜 정부의 선택적 복지라는 것은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보편적 복지에 비하면 부족하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조차도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해야 하는만큼 진보를 지지한다면 이것이라도 성사가 되게 밀어줬으면 한다는 거지요.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이론적 틀을 만든 이가 김종인씨인데 당내에서도 얼마나 반대가 많아요? 이한구씨 같은 재정균형론자를 4.11총선에서 공천을 주고 싶지 않았겠지만 성사시키지 못했고 결국 원내대표까지 되었잖아요. 경제관료들이란 김대중 정부에서나 노무현 정부에서도 지역만 달랐지 신자유주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에도 신자유주의자들은 많아요. 당과 행정부 관료들, 의회의 압박을 받는데다가 밖에서는 대기업과 언론의 압력도 있어요. 전원책 변호사가 올해 초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박근혜는 보수주의의 적'이라고 하더니 전경련의 연구원인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임명되더군요. 단임 대통령제라 만일 박근혜 당선자의 인기가 떨어지면 곧바로 당내에서도 오세훈 나경원 같은 구세대 보수주의자들이 치고 올라와 정책수행을 어렵게 만듭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시진핑이나 일본의 아베가 모두 민족주의를 이용해서 통치를 쉽게 하려는 조짐을 보이고요. 이탈리아의 기민당 총리인 모로를 왜 붉은 여단이 암살했는지 아십니까? 복지를 하면 극좌파의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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