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불공정한 조세제도, 상생을 가로막는 대기업의 횡포, 저출산 강요하는 열악한 보육 환경,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
한국일보는 임진년((壬辰年) 새해를 시작하며 행복사회를 이루기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인의 삶은 행복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제시한 5개 이슈 모두에서 양극화 그늘이 더 짙어진 것이다. 계사년(癸巳年)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민 행복시대’를 국정지표로 제시한 만큼, 정책의 눈높이를 서민에 맞춰 동반성장에 진력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관련기사 3ㆍ4면
30일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측정된 우리 국민들의 경제행복지수는 전년 혹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한 국민 행복도 조사에서 ‘불행해졌다’(28.5%)는 응답이 ‘행복해졌다’(15.4%)보다 월등히 많았다. 특히 50대 이상(38.6%), 자영업자(44%), 월 급여 100만원 미만(50%) 등 취약 계층은 절반 가량이 ‘시간이 갈수록 불행해진다’고 답했다. 이는 지니계수(2008년 0.296→2011년 0.288), 소득 5분위 배율(4.98배→4.80배)을 근거로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당국의 지표가 서민체감지수와 동떨어진 건 이 뿐만이 아니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 서민 체감물가는 물가당국의 수치(1.2%)보다 4배나 높은 5%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이런 괴리에 대해, “당초 2005년이던 물가지수 기준년도가 식품물가 상승률이 21.7%(전년 대비)에 달했던 2010년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식재료 때문에 힘겨워 하는데도, 당국은 2010년 대비 지표만 보고 ‘물가가 안정됐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고용시장에서도 지표와 현실의 괴리가 확대됐다. 당국은 44만개 신규 일자리와 2.8% 낮은 실업률을 자랑했지만, 청년실업은 개선되지 않았고 창업에 나선 50대 장년층의 상황은 악화 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20대 계층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7만9,000명 감소했다. 감원 한파로 퇴직한 뒤 지난해부터 대거 창업에 나섰던 50대 계층 상당수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에 나서면서, 올해 7월 19만6,000명에 달했던 창업자 증가 폭이 11월엔 3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폐업한 50대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근로환경이 열악한 제조업 저임금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10월 늘어난 제조업 취업자의 절반(6만6,000명)이 50대였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새 정부는 비정규직, 여성,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강화해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이슈로 부각된 것은 사회양극화가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과감한 경제민주화를 통해 그간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리지 못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게 국민통합의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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