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어떤 얘기들을 나눴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개월 만에 회동한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오후 3시10분부터 40분 동안 독대했다. 국정 현안을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회동이 끝난 뒤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 통과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고 극히 짧은 브리핑을 했을 뿐이다. 박 당선인이 어려운 경제 상황 해결을 위한 민생예산 통과에 정부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 대통령이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민생 대통령'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이 자신의 핵심 공약인 0~5세 무상보육, 대학 반값등록금 관련 예산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독대 시간을 감안하면 공식 전언 외에도 다른 주제들이 더 논의됐을 수 있다.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 훨씬 많았을 것이란 얘기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은 물론 외교안보 문제, 대북 정책, 복지, 정치 문제까지 국정 전반에 대해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협조 방안도 거론됐을 가능성이 많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보유하고 있는 인사 검증 자료 활용 방법 등 새 정부 조각을 위한 인사 검증 문제도 얘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최근 언급한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문제도 주제에 올랐을 수 있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이 공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 등을 거론하며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낙하산 인사 자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헌법재판소장과 공석 중인 검찰총장 인사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 대변인은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앞서 박 당선인은 오후 3시쯤 경호차량인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청와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박 당선인이 하차한 지점은 대통령이 출ㆍ퇴근하는 곳으로, 청와대 측에서 경호ㆍ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이 도착하자 이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추운데 빨리 들어와요. 환영해요"라고 반겼다. 이에 박 당선인도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장으로 이동한 뒤 "건강은 괜찮아요?"라고 안부를 물었고, 박 당선인은 "쪽방촌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여기저기 다녀보면 경기가 침체돼 있고, 서민의 어려움이 많은 것을 봤습니다"라며 "강추위 속에 전력수급 등 대통령께서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내가 안전, 재해 문제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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