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계파 색이 옅은 박기춘 의원이 범친노그룹ㆍ주류 진영의 지원을 받은 신계륜 의원을 제치고 당선됨에 따라 당내 역학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의 다수 의원들이 중립 성향의 박 의원을 선택한 것은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를 바라는 뜻이 깔려 있다. 더 나아가 주류 친노 그룹에 대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4선의 신 의원은 김근태 전 고문 계열인 민평련 출신의 '당내 486 맏형'으로 통하는데다 친노계와 두루 깊은 인연을 맺고 있어서 범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이다. 신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후보 캠프의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신 의원이 당 주류의 지원을 받아 무난하게 원내대표로 선출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신 의원과 박 의원이 각각 47표로 동률을 이루자 분위기가 박 의원 쪽으로 급속히 쏠리기 시작했다. 쇄신모임과 손학규 전 대표 계열의 지원을 받은 김동철 의원 지지 표가 성향상 신 의원으로 향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 의원이 낙선함에 따라 지난 1월 한명숙 대표, 6월 이해찬 대표, 9월 문재인 대선 후보 배출 등 승승장구 해온 친노그룹의 세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친노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해온 비주류 측은 향후 대선 평가 및 당 쇄신 과정에서 거세게 주류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신임 원내대표가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한 축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핵심 측근이란 점에서 범주류 연합세력의 분화 징후도 드러났다. '이-박 연대'가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대선 때 의원들이 추운 날씨에도 내복까지 입고 현장을 누볐지만 후보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깊은 뜻이 있다는 생각에 견디고 협조했지만 어처구니 없는 주먹구구식 방침이었다"고 친노 주류 측을 겨냥했다.
이번 경선으로 친노그룹의 입지가 위축된 것은 분명하지만 박 원내대표와 신 의원의 득표 차이가 5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주류-비주류 간 갈등은 이제 시작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은 1월 초 당무위원-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따로 선출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당 밖의 야권세력과 통합의 기반을 닦고 5월쯤 치러질 전당대회 관리에 착수한다. 때문에 민주당은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부터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의 노선 문제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편가르기와 담합 등을 뿌리뽑고 파벌이나 계파로 갈라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처절한 반성과 평가, 혁신을 통해 재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뼛속까지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