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활한 성격에다 얼굴도 예쁜 열일곱 살 여고생 영주. 단짝친구로 커 온 남자친구 규원이 자기보다 심장병에 걸린 친구 태은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급기야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지 뽐낼 수 있는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영주가 예비 시어머니인 규원이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애칭인 '공주'가 되기 위해 마침내 놋다리밟기 공주 선발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엉뚱한 발상은 그러나 그대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닮았다.
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다른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성장통을 유쾌하게 그렸다. 굳이 어두운 이면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식으로 묵직한 주제의식을 강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영주는 친구 태은이 아픈 것을 빌미로 규원에게 접근해 꼬리를 친다고 생각하고 미워한다. 그러나 때마침 태은이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때 자신은 놋다리밟기 공주 대회에 나가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을 경험한다.
당연히 미모 순으로 공주를 정하는 줄 알았는데 뽑기라는 어이없는 방법으로 공주를 정하고 시녀가 된 것도 모자라, 태은의 문병을 다녀 온 규현이 다짜고짜 키스를 하자고 매달린다. 그렇지 않으면 키스감옥에 갇힌다고 말한다. 영주는 어떻게 이런 상황을 돌파할까.
어른들의 세상을 어른들의 방식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늘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아직 미숙한 마음은 이 책에서 '감옥'이라는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한편 진지한 마음의 벽으로 표현된다. 남상순 작가 특유의 명랑한 문체로 어떤 일이 좌절될 때, 즉 마음의 감옥에 갇혔을 때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활기차게 전해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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