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과 관광지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다양한 색깔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여대생이 흔치 않은 중동 사진전을 열고 있다. 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해빛'에서 사진전 갖고 있는 이원주(22·성균관대 경영학과3)씨는 28일 "내가 본 중동의 진짜 얼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 150점이 전시돼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이집트팔레스타인 등지를 누비며 담은 작품들이다. 히잡을 쓰고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 재래시장의 정겨운 좌판과 흥정하는 모습, 동네 꼬마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등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한 중동의 일상 풍경이다. 이씨는 "휴학하고 이집트로 떠날 때만 해도 허황한 꿈이라고 하던 친구들이 이젠 중동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 됐다며 놀란다"고 했다.
중동과의 만남은 고등학교때 시작됐다. 건축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랍에미리트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그는 한때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심한 중동에 다시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후 취업과 학점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다 불쑥 중동이 떠올려졌다. "가장 두렵고 낯선 곳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더군요. 그게 중동이었어요."
지극히 평범했던 자신을 바꾸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색다른 곳을 찾아 다녔다.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구호단체를 찾아가 빈민촌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보육원에서 빨래를 하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거리에서 직접 부대끼다 보니 현지인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가족 4명이 하루를 꼬박 일해서 번 돈이 우리 돈으로 1,000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지요. 책이 아닌 현실에서 중동의 맨 얼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사진에 담았어요."
이씨의 꿈은 중동전문가다. 성인이 돼 중동을 경험한 뒤 대기업 취업이나 회계사 도전 생각을 바꿨다. "중동 전문가로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 여행에서 마주했던 중동의 맨얼굴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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