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퇴폐적인 유흥문화로 치부되던 댄스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현재 건전한 취미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이런 배경에는 사교댄스 붐을 일으킨 영화 '쉘 위 댄스'(EBS 밤 11시)가 큰 몫을 담당했다.
흥겨운 회식자리에서도 밤 9시만 되면 귀가하는 모범가장이자 아내로부터 너무 성실해서 탈이란 소리를 듣는 중년의 남자. 예쁜 딸에 착한 아내, 교외에 예쁜 2층집까지 장만한 그는 인생의 꿈을 모두 이룬 사내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은 그에게 지금껏 이룬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는 공허함만을 안겨준다.
어느 날 퇴근길 지하철에서 우연히 목격한 댄스교습소 여자강사의 자태는 무기력했던 그의 열정을 되살린다. 그리고 여자강사에 대한 애틋했던 감정은 이내 춤에 대한 순수한 애착으로 변해가고 자신의 인생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축 처진 어깨도 활짝 펴지고 출퇴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춤을 통해, 한 집안의 모범적인 가장이자 회사의 성실한 과장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되찾는 과정을 경쾌하기 그린 수작이다. 1996년작. 감독 수오 마사유키. 원제 'Shall We Dance?'.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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