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역시 타고난 승부사였다. '쎈돌' 이세돌이 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에서 '돌주먹' 백홍석에 '초반 2패 후 3연승'이라는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35, 36기에 이어 통산 3번째 명인에 올랐다.
명인전 결승전에서 '2패 후 3연승'으로 우승자가 결정된 건 2001년 32기 때 이창호가 유창혁에 3대 2로 이긴 이후 두 번째다. 이세돌 개인으로는 2001년 제5회 LG배 결승전에서 이창호에게 2연승 후 3연패 했고, 2007년 제12기 GS칼텍스배 도전기에서 박영훈에게 또 2승 후 내리 3연패 당하는 불운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세돌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그다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5월에 GS칼텍스배서 우승한 것 외에는 변변히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당이페이에게 일격을 당한 것을 비롯해 LG배 16강전(상대 스웨), 바이링배 32강전(상대 장웨이제) 등 세계대회서 잇달아 중국 선수들에게 고배를 마셨다. 농심배서는 뜻밖에 예선 1회전에서 무명 신예 김현찬에게 발목을 잡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국수전 물가정보배 등 국내 기전에서도 줄줄이 초반 탈락했다.
그러나 큰 승부에 강한 이세돌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명인전을 비롯해 기왕에 본선 8강 이상 올라간 기전에서는 무서운 기세로 정상을 향해 내달렸다.
특히 11월에 벌어진 최철한과의 올레배 결승 5번기와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가 중대한 승부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최철한도 각종 기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고 있었기에 두 선수의 맞대결 결과에 바둑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결국 이세돌이 올레배서 3승1패, 삼성화재배서 2승으로 두 경기 모두 완승을 거뒀다. 이후 이세돌의 정상을 향한 질주는 더욱 가속이 붙었다. 춘란배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파오원야오와 쿵제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고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서는 구리에게 거의 다 진 바둑을 끈질기게 버텨 끝내 역전에 성공, 결국 반집승 2판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10여일 만에 다시 명인전에서 먼저 두 판을 내준 후에 내리 세 판을 이기는 아슬아슬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끈질긴 승부 근성과 불꽃 투혼을 유감없이 발휘해 바둑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로써 이세돌은 지난달 23일 올레배와 이달 13일 삼성화재배에 이어 한 달 남짓한 기간에 3개 타이틀을 잇달아 획득, 통산 41번째 타이틀(국내 25개, 국제 16회)을 거머쥐었다. 또 춘란배 결승에도 올라 있어 내년 중 타이틀 추가가 기대된다.
한편 백홍석은 명인전 결승전 전까지 이세돌과의 통산 전적에서 6승3패로 앞선 데다 결승 1, 2국을 내리 이겨 생애 첫 국내 타이틀 획득의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세돌의 막판 대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역전패를 당해 지난 기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백홍석은 내년 1월 7일 해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한국일보사와 바둑TV가 공동 주최하고 강원랜드가 후원하는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우승 상금은 8,000만원으로 우승자는 내년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명인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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