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최강'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2012년이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파이터로 꼽혔던 매니 파퀴아오(34ㆍ필리핀)가 두 차례나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6월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티모시 브래들리(미국)를 상대로 억울한 판정패를 당한 파퀴아오는 지난 9일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멕시코)와의 웰터급 논타이틀전에서 6회 종료 직전 카운터를 허용, 충격적인 실신 KO패를 당했다. 현재로서는 파퀴아오가 다시 링에 설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지는 해가 있으면 떠오르는 별도 있는 법이다.
파퀴아오가 몰락한 반면 '제 2의 파퀴아오'로 불리던 노니토 도네어(30ㆍ필리핀)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26일 미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은 '올해의 복서'로 도네어를 선정했다. 그는 올 한 해 네 차례 링에 올라 모두 승리했고 그 가운데 두 번을 KO승으로 장식했다. 모두 의심의 여지 없이 완벽한 승리였다는 것이 ESPN의 평가다. 도네어는 2월 윌프레도 바스케스 주니어(쿠바)를 판정으로 꺾고 WBO 슈퍼밴텀급 타이틀을 따냈고, 7월 제프리 마테불라(남아프리카공화국)를 물리치고 국제복싱협회(IBF) 슈퍼 밴텀급 챔피언 벨트까지 꿰찼다. 10월에는 도시아키 니시오카(일본)를 9회 KO로 눕혔고, 지난 16일에는 호르헤 아르체(멕시코)를 3회에 캔버스에 쓰러뜨리며 2012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도네어는 파퀴아오와 여러 면에서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필리핀 출신으로 세계 복싱의 메인 스테이지인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플라이급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같다. 파퀴아오는 1998년 세계복싱기구(WBC)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8체급 석권의 신화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도네어는 2007년 7월 IBF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복싱계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파퀴아오는 플라이급(50.80㎏)에서 출발해 슈퍼웰터급(69.95㎏)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정상을 정복했다. 무려 19㎏이나 체중을 늘리는 동안에도 스피드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주먹의 파괴력만 늘어났다. 일반적인 복싱 상식으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169㎝의 단신으로 180㎝에 이르는 중량급 강타자들을 마구 두들겼다.
도네어도 플라이급에서 출발해 슈퍼밴텀급까지 4체급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도네어는 2009년 세계복싱협회(WBA) 슈퍼 플라이급 챔피언 벨트를 따냈고 2011년 WBC 밴텀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어서 올해는 슈퍼밴텀급에서 2개 기구 세계 타이틀을 추가했다.
도네어는 내년에는 페더급으로 체급을 올려 5개 체급 석권에 도전할 전망이다. 현재 페더급 챔피언 벨트는 WBC는 다니엘 폰세 데 레온(멕시코), WBA는 조나단 빅토르 바르소(아르헨티나), IBF는 빌리 딥(호주), WBO는 올란도 살리도(멕시코)가 지니고 있다. 165cm에 불과한 도네어가 파퀴아오처럼 중량급에서도 최강자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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