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축하한다. 오늘 대국은 어땠나.
"오랜만에 명인 타이틀을 다시 품에 안아 무척 기쁘다. 바둑 내용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매우 중요한 대국이었는데 초반부터 생각대로 잘 풀렸고 종반 마무리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번 결승 5번기 전체를 자평한다면?
"1국과 2국은 내가 완패했는데 그래도 첫 판을 진 건 좀 아쉽다. 상하이에서 삼성화재배 결승전을 치르고 귀국한 지 사흘 밖에 안 돼 피로가 덜 풀렸다. 다행히 다음날이 대통령 선거일이라 하루 쉬어서 컨디션이 좀 살아났다. 사실 먼저 두 판을 지고 나선 (우승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한데 3국부터 백홍석이 입대 전 마지막 타이틀전이라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승부를 서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3국을 이긴 후 가능성을 봤고, 4국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요즘 기러기 아빠가 돼서 컨디션이 흔들릴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성적이 좋아졌다. (부인과 딸이 지난 8월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나 현재 혼자 살고 있다.)
"가기 전에는 이런저런 일에 신경이 많이 쓰여서 대국에도 상당히 영향이 있었는데 막상 떠나고 나니까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혼자 사는 게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적응하니까 크게 힘들지 않다. 내년 설날 즈음에 가족들을 보러갈 생각이다."
-내년에 중국 랭킹 1위 천야오예와 춘란배 결승서 맞붙게 된다.
"그동안 내가 3승 1패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천야오예는 아직도 커 나가는 기사니까 과거 전적은 별 의미가 없다. 누가 자신의 스타일로 바둑을 이끌 수 있느냐가 승부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기왕에 결승에 올랐으니 잘 준비해서 꼭 우승하겠다."
-자신의 바둑의 장단점을 말한다면.
"다들 잘 아시겠지만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은 초반이다. 그러다 보니 중반 이후 바둑이 거칠어지는 면이 있다. 최근 종반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아무래도 체력 때문인 것 같다. 체력 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한국과 중국의 신예기사들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다. 언제까지 세계 정상급 기사로 남아 있으리라 예상하나.
"마음 같아서는 환갑 넘어서도 계속 현역으로 뛰고 싶지만 그건 무리인 것 같고. 최소한 마흔까지는 일류기사로 활동하고 싶다."
-얼마 전 한중 양국의 신예 최강인 박정환과 판팅위의 응씨배 결승 1, 2국이 열렸다. 간단히 관전평을 한다면.
"1국 때 판팅위가 신예답지 않게 너무 침착하게 잘 둬서 깜짝 놀랐다. 마치 세계대회 결승이라는 걸 잊은 듯 완벽한 바둑이었다. 하지만 2국에서는 역시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세계 정상급이 되려면 기량과 경험이 좀 더 축적돼야 할 것 같다. 요즘 박정환의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승 1, 2국에서 1승 1패를 한 건 잘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은 대국에서는 박정환이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끝으로 바둑팬 들에게 한 마디.
"사실 2국까지 졌을 때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는데 만나는 분들마다 모두들 열심히 응원하고 격려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 개인적으로 올해 세계대회 성적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년에는 세계대회에 더 집중해서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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