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내년 경제 전망이 발표된 가운데 경기 회복 기대를 키우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됐다. 산업생산은 3개월째 상승세고,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며 10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3%)을 1%포인트나 내린 걸 감안하면 전망과 지표 간 괴리가 큰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개선된다고 보기엔 찜찜하다"고 지적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광공업생산은 제조업(2.8%) 상승세에 힘입어 전달보다 2.3% 늘었다. 광공업생산은 6~8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9월 반등(0.8%)에 성공했다. 서비스업(0.8%)과 건설업(1.9%)도 올라 산업생산은 1.1% 늘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2년 11월 중 국제수지(잠정)' 역시 경상수지 68억8,000만달러 흑자를 달성해 역대 최대였던 7월 흑자(61억4,000만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올해 2월부터 흑자 행진을 시작한 경상수지는 12월이 남았지만 연간 전망치(340억달러)를 70억달러 가까이 초과한 상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496억3,000만달러)를 달성한 수출 덕분이다.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패널 등의 수출 증가 폭이 커졌고, 철강 승용차 등도 증가로 전환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5.9% 늘었다. 제조업 생산의 상승세도 이들 업종이 주도했다.
반면 수입(428억7,000만달러)은 전달보다 다소 줄었고,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도 0.6%에 그쳤다. 10월에 이어 11월에도 전체 수입감소 규모가 작아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를 벗어나는 분위기다. 이런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12월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다만 12월 영업일수가 전년보다 사흘가량 적어 흑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기지수는 7월 이후 처음 동반 상승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만에 반등해 0.3포인트 올랐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회복의 긍정적 신호로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실이 마냥 낙관적인 건 아니다. 지난달 이른 추위 탓에 의류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한가위 이후 식품 판매가 다시 늘어나는 등 일시 효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긴 했지만 6개월 정도는 지속해야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11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0.3% 나빠졌고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9.3%나 부진했다. 기업들은 여전히 선제적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부문장은 "대외 불확실성과 경제주체들의 심리 불안정성이 여전하고 경제지표 역시 다달이 왔다 갔다 해 안정적으로 경기 회복을 논하려면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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