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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9일] 글쓰기의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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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29일] 글쓰기의 주체성

입력
2012.12.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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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내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소설가와 시인으로 위장해서 행세하는 것이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각설하고 내가 다른 이가 쓴 글을 평가할 때,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독창성과 고유성'이다. 말하자면 글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색깔과 향기와 온도 같은 걸 본다는 거다. 아무리 매끄럽고 현란하게 씌어진 글일지라도 그것에서 글쓴이의 고유한 자취가 느껴지지 않으면, 그래서 어쩐지 기성품 같은 느낌이 든다면 나는 그 글에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글이 아니라, 흉내 낸 복제품일 뿐이니까.

어디선가 본 듯한 표현, 작가나 시인의 어투와 문체를 아무렇지 않게 자기 글에 가져다 쓰는 사람들의 그 만용과 치기를 나는 참을 수도 견딜 수도 없다. 그것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어떤 감염이나 영향의 소산이라고 해도 그렇다.

글은 그 사람 자신이어야 한다. 글은, 지문이 그런 것처럼 개별적 존재로서의 자기 실존을 증명하고 자신을 타자와 구분 짓는 지표로 얼마든지 간주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삶이 두텁지 못하고 사고가 빈약한 이의 글은, 다른 이를 모방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다른 이의 세계에 기대지 않고서는 어떤 세계도 세우기 어렵다. 두렵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자. 모방으론 당신 자신을 절대로 구원할 수 없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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