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한 개도 200원부터다. 마트든 편의점이든, 그 어느 곳이든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살 수 있는 상품을 찾기가 무척 힘들다. 공중전화 시내통화료가 3분에 70원이지만 공중전화 부스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직불결제가 가능한 오늘날 100원은커녕 현금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그럼 1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100원은 열쇠다.' 가장 많은 시민들이 '마트에서 쇼핑카트 뺄 때' 100원이 절실하다고 답했다. 송형근씨는 "(마트에) 도착해서 보니 지갑에 세종대왕님만 계실 때"100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럴땐 '신사임당님'도 100원의 '위력'에 당할 수 없다. 지하철 보관함 등에 짐을 넣을 때도 100원은 요긴하다. 김하나씨는 "100원은 이제 돈의 역할보다는 카트나 보관함의 보증금으로 사용되는 철물(?)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100원은 채움이다.'트위터 ID '@SenJoshua'님은 "돈이 없던 날 혹시나 예전 통장에 돈이 들어 있을까 해서 추운 맞바람을 이겨내고 간신히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코너로 들어왔는데 통장 내역에 딱 9,900원이 남아있어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때"가 기억난다고 답했다. 정희석씨는 "교통카드에 100원이 없어서 환승이 안됐을 때"를 꼽았다. 1만원부터 출금이 가능한 ATM과 '잔액이 부족합니다'라고 차갑게 말하는 카드리더기 앞에서 우리는 일상이 원활히 흘러가려면 100원짜리 하나까지도 빈틈없이 채워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00원은 설레임이다.' '@wisdominsoul'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태어난 해의 100원짜리를 모아 그 사람에게 주면 행운이 온다"는 소녀들의 믿음을, '@WonkookCho'님은 "로마에 가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그게 날 다시 로마로 돌아오게 해 준다"는 오랜 동전 던지기 전통을 전해줬다. 100원짜리 동전에 담긴 기대와 설레임의 감정이야말로 최소 비용으로 얻는 최대 효과가 아닐 수 없다.
'100원은 마음 나눔이다.' 가장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100원의 가치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 없이 100원이라도 불웃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모여 구세군 자선냄비는 역대 최고 모금액을 달성했다. 김인근씨는 100원으로 낯선 할머니에게 자판기 커피를 대접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옆 커피자판기 앞에서 할머니가 안절부절 못하시는 모양새였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속 꼼지락하시는걸 보니 돈이 모자라신가 보다. 역시나, 커피는 300원 넣어진 돈은 200원이다. 시선은 내 자판기를 보면서 슬그머니 (할머니 앞) 커피자판기에 100원을 넣어본다. 딸칵. 커피컵 내려오는 소리다. 100원으로 고맙단 소리 듣기가 새삼스러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돌아서느라 그 소리밖에 못 들었다. 비록 생면부지 할머니께 100원짜리 커피밖에 대접하지 못했지만 언 손이라도 푸셨겠지."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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