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규정하는 키워드는 '철통 보안' '영남ㆍ친박 가급적 배제 및 호남·충청 출신 중용' '정책 전문성 중시' 등이다. 박 당선인이 24일 비서실장ㆍ대변인단에 이어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ㆍ부위원장 등의 인선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그의 인사 철학이 드러났다.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27일 오후 당사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 등의 인선안을 발표하기 직전에 스카치테이프로 밀봉된 봉투에서 서류 세 장을 꺼냈다. 그는 "인선안이 적힌 서류를 박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직후 제가 직접 밀봉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철저한 인사 보안 원칙'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의 인선은 그야말로 깜짝 인사였다. 그는 대선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음에도 한 번도 언론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과 윤창중 수석대변인도 마찬가지였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도 "감도 잡지 못했었다"고 했다.
두 차례의 인사가 박 당선인과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을 비롯한 보좌진 3인방 등 극소수만 아는 상태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약 10 명이 알고 있었던 비대위 인선안이 발표 전날 언론에 흘러나간 이후 보안이 훨씬 강화됐다"면서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으므로 유출한 인사가 누구인지 곧바로 알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입 없는 그림자'로 불리는 보좌진 3인방은 인사 대상자 추천안을 취합하고 평판과 신상자료 등을 검증해서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이 자칫 오판하거나,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 당선인은 영남 출신과 친박계 인사는 가급적 배제하는 대신에 호남ㆍ충청 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위원장의 본적은 충남 부여이고,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전북 고창 출신이다. 유일호 비서실장(서울), 윤창중 수석대변인(충남 논산), 조윤선(서울)ㆍ박선규(전북 익산) 대변인 등도 영남ㆍ친박과는 거리가 멀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출신) 인사'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무 능력보다는 정책 전문성을 중심으로 인선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당 정책위의장인 진영 부위원장은 대선 공약을 총괄했고, 유일호 비서실장은 조세 분야 경제 전문가이다. 박 당선인이 정권 인수 및 새 정부 출범 작업을 차분하고 충실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박 당선인이 인수위에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별위를 따로 설치한 것은 지지 기반이 취약한 호남 유권자와 2030세대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