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를 만나는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에 이어 또다시 특사 방한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박 당선인 측이 난색을 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만남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최근 일본 정부가 박 당선인 측에 '28일 특사가 방한해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최종 답변을 듣지 못해 박 당선인 측과 일정을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은 일본측 특사와의 면담을 미룰 이유가 없지만 준비하는데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웃 나라의 특사가 온다는데 굳이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만 박 당선인의 스케줄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 일본 측과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아직 꾸려지지 않아 인수위 인사 중에 누가 특사 면담에 배석할 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사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경색된 한일 관계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박 당선인이 아베 총리의 특사 면담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수 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일본의 올바른 역사 인식을 한일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내각에 우익 정치인들을 대거 기용하며 노골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 측은 무턱대고 특사를 만났다가 자칫 일본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귀결될까 하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듯 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특사 면담은 정부와 정부간 관계이기 때문에 한일관계와 여론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먼저 우리 쪽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통해 주말(22~23일)에 특사를 파견하고 친서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가 박 당선인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당시 일본측은 하네다발 김포행 비행기표까지 예약하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일방적인 특사 파견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뒤따르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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