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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절실한 사람이 제대로 못 받는 실업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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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절실한 사람이 제대로 못 받는 실업급여

입력
2012.1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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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 있는 직원 30명 규모 제조업체를 다니던 이모(32)씨는 석 달 전 2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됐다. 월급 130만원을 받으며 2년 가까이 일했지만, 회사는 경기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했다. 이씨는 두 달째 실업상태지만 실업급여를 신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측과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고 당연히 고용보험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를 포함해 우리 회사의 근로자 절반 가량이 고용보험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월급을 받고 일했다는 사실만 증명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근로계약서, 소득금액증명원, 급여명세서 중 하나를 제출하거나, 월급을 받을 때 쓴 계좌의 통장 거래 내역을 통해 확인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법 상 모든 근로자가 고용이 되는 순간 고용보험 가입 및 보험료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부여된다. 따라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더라도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직 전 받던 평균 월급에 비례해 지급되는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90%를 하한선으로 해서 하루 최대 4만원까지 지급되기 때문에 월 130만원을 받았던 이씨의 경우 최대 6개월간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회사를 나왔다면 고용보험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알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근로자는 극히 미미하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피보험자격 확인 청구를 통해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건수는 올해 11월까지 3,656명에 그쳤다. 지난 2010년 4,857명, 2011년 3,879명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를 받은 100만명 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사람은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대개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들이지만 사업장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이들에게 이 제도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부 노동전문가들조차 실업수당을 받으려면 그 동안 내지 못했던 보험료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을 정도다. 원래 고용보험료는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기 전 원천 징수해 납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밀린 보험료를 낼 의무는 사용자에 있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상태에서 피보험자격 확인청구제도를 적극 홍보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이지만 아직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아 가입률을 높이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자칫 고용보험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들조차 "수당이 절실한 사람들은 제대로 못 받고, 덜 필요한 사람은 용돈처럼 받아 쓸 수 있는 게 실업수당"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수당 교육 현장에서 만난 김모(28)씨는 "지난달 실업급여로 나온 108만원을 어머니에게 골프채를 사라며 용돈으로 드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정부산하기관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뒤 프리랜서 통ㆍ번역 일로 돈을 벌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 김요한 노무사는 "고용부의 우려와 달리 피보험자격 확인청구 제도를 활성화하면 고용보험 가입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을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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