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에게 무슬림형제단의 시장주의에 동조하지 말 것을 경고해 왔다."
이집트 반 무르시 진영의 좌파 지도자 함딘 사바히(58)가 최근 새 헌법 반대시위를 이끈 데 이어 무르시의 시장주의 경제 개혁안에도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내년 2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6일 보도했다. IHT는 "무르시 정권이 새 헌법 논란으로 대중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사바히가 득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바히는 좌파 나세르주의(아랍민족주의)자로 5월 대선 때 존엄당 후보로 출마, 무르시에게 70만표 뒤진 482만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서방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혁명 중심지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다크호스였다. 사바히는 이후 "무르시가 민주적으로 선거에서 이겼지만 민주적 통치를 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그는 자신이 딛고 올라간 사다리를 차버리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비 무슬림인 그는 이슬람 세력이 장악한 제헌의회가 만든 새 헌법을 "종교의 독재"라며 반대한다.
IHT는 "사바히가 무르시 정권의 다음 과제가 될 경제 개혁과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이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8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지만 정국 혼란 때문에 이를 한달 가량 연기한 상태다. 그 동안 이집트 경제는 악화할 대로 악화해 외화 보유고가 크게 줄었고 이집트 파운드 가치도 급락했다. 무르시 정권은 IMF 구제금융이 경제체제 붕괴를 막기 위한 긴급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사바히 등 좌파 진영은 "국내 경제가 서구식 자유시장체제에 잠식돼 빈부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며 우려한다.
사바히는 IMF 구제금융 대신 상위 1% 부자의 재산 20% 국고 환수, 소득세와 부동산·주식 거래세 증세 등으로 재정난을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또 천연가스와 면 등 원자재의 수출을 금지해 국내 생산을 늘리고, 공공영역을 확장해 가난한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내세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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