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12월 28일] 가장 젊은 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12월 28일] 가장 젊은 날

입력
2012.12.27 12:02
0 0

또 한 해가 저문다. 연말이면 늘 떠오르는 단상이지만 올해도 뭣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 없이 해를 넘긴다는 자책감이 드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50바퀴나 도는 동안에도 번듯하게 내세울만한 업적 하나 없는 것이 허전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커다란 희망이 생겨날 구석도 없어 보인다. '가는 세월에 오는 백발'이라고 그저 나이만 먹고 몰골만 흉악해졌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빈둥거리며 시간을 허비한 것은 더욱 죄스러운 뿐이다.

■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조가 있다. 중국 송나라 대표적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에 나오는 마무리 구절로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으며(盛年不重來]), 하루에 아침을 두 번 맞지 못한다(一日難再晨),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及時當勉勵),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세월은 가고 나면 돌아오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니 매사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겠다.

■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조여청사모성설(朝如靑絲暮成雪)'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아침에 푸르던 윤기가 돌던 머리털이 저녁에는 벌써 백발이 되었다는 뜻으로 사람이 쉬 늙는 것을 아쉬워했다. 우리 선조들도 가는 세월을 안타까워했던 모양이다. 고려 말에 우탁(禹倬)이 지은 시조 탄로가(嘆老歌)가 대표적이다. "한 손에 막대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하지만 세월이 흐르는 것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세월이 약'이라고, 가슴 속에 맺혀있던 아프고 좋지 않았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혀진다는 뜻이리라. 그렇다고 세월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것은 죄악에 가깝다. 영화 에서 스티브 맥퀸의 죄목은 '인생을 낭비한 죄'로 판명됐다. 이제 나쁜 추억들은 지나간 세월에 태워 보내고, 오는 세월과 함께 좋은 계획들을 세워보자. 지금 이 순간이 누구에게나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도 기억하자.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