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불과 2개월 남짓 남겨둔 정부의 한계인 걸까. 이명박 정부는 201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춰 잡으면서도, 적극적 재정 투입은 배제된 최소한의 위기대응 방안만 제시했다. 27일 내놓은 경제정책이 내년 2월까지만 유효한 임시방편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차기 정부가 재정정책 기조를 결정하기 전까지 경기 급랭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를 60% 수준으로 설정했다. 차기 정부가 추경 편성 등 공격적 재정정책을 결정하기 이전까지는, 배정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방식으로 경기의 온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취약 계층과 서민을 위해 ▦저임금 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주택구입ㆍ전세자금 대출 확대 ▦중ㆍ장년 재도약 일자리신설 등의 대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대선공약인 가계부채 대책과 무상보육, 대기업 규제 등의 내용은 빠졌다. 가계부채 대책의 경우 증가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대출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존의 연착륙 노력을 지속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공공기관이 하우스푸어 주택의 지분 일부를 사주는 '보유주택 지분 매각제도'를 도입해 주택 소유권을 보장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또 5세 이하 무상보육을 전 계층에 시행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 대신 보육과 유아교육을 통합한 누리과정을 현행 5세에서 3, 4세로 확대한다는 정책만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서도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한다는 기존 방안을 되풀이했다. 재벌그룹이 거느린 금융 계열사가 재벌이나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다만 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 차기 정부가 공격적으로 재정을 집행할 명분을 준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에 따라 새 정부 경제팀이 내년 3월 박 당선인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 방안과 함께 그에 소요되는 재원이 포함된 대규모 재정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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